여행 후기

2023년 12월 | 혼자 떠났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대학원 입학 전 마지막 유럽여행

한번쯤가야지

2026. 10. 5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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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 2024.01.10 글로벌캔버스 코우치 여행 B타입 1기 반년 가까이 펑펑 놀던 백수가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연구실 출근 3일 차 대학원생이 되어 퇴근하고 밤 12시에 쓰는 후기입니다. 절절함 주의. 구질구질 주의. 일단 여행 가기 전 몇 가지 팁부터! 1.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기 혼자 신청하는 걸 겁내는 분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어요. 생각보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희 기수는 특이하게 남자 4명, 여자 24명 정도로 성비 차이도 꽤 컸고 혼자 참가한 사람도 많지 않았어요. 저는 심지어 최고령 + 남자 + 혼자 참가. 개노답 3형제였는데... ㅋㅋㅋㅋㅋㅋ 결론적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과 친해졌고 너무 재미있게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혼자라는 이유로 너무 겁먹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2. 복대 가져가기 여권이나 지갑처럼 중요한 물건은 복대에 넣어 다니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했습니다. 실제로 여행하면서 큰 소매치기 위협을 겪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물건을 몸에 붙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든든했어요. 저희 남자방의 4대 필수품은 핸드폰 / 보조배터리 / 여권 / 지갑. 이 네 개만 복대와 함께 잘 챙기면 일단 외출 준비 완료였습니다. 3. 우산, 불닭소스, 컵밥 추천 겨울 유럽은 비가 정말 자주 왔습니다. 우산 꼭 챙기세요! 그리고 저희 조 멋쟁이가 가져온 불닭소스와 컵밥... 유럽 음식에 슬슬 물릴 때쯤 정말 빛을 발합니다. 유럽까지 와서 무슨 컵밥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며칠 지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4. 해외결제 카드 준비하기 저는 유로 현금을 쓸데없이 많이 가져가서 후회했습니다. 생각보다 대부분 카드결제가 가능해서 훨씬 편했어요. 저는 트래블월렛을 사용했는데 여행하면서 정말 편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추억팔이 시작. DAY 1.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첫날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밤을 꼴딱 새우고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비행기에서 몸살 기운이 생겼고, 상하이로 가는 비행기까지 연착. 다사다난하고 힘들게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지쳐서 ‘와, 영국이다!’ 할 틈도 없이 바로 잠들었어요. 여행 시작부터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아... 집 가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오래 할 틈도 없었습니다. DAY 2. 아, 여기가 진짜 런던이구나 다음 날 영국박물관에서 마주친 모아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싶어서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실 박물관 자체에는 큰 흥미가 없는 편이라 금방 나왔어요ㅎㅎ 그리고 Flat Iron이라는 스테이크집! 스테이크도 맛있었고 식사 후 먹었던 아이스크림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노팅힐 북샵처럼 런던 느낌 제대로 나는 곳들도 돌아다녔어요. 이날 돌아다니면서 몸 상태도 완전히 회복됐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여행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걷다가 지하철역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빅벤. 실제로 보니 압도적이었습니다. 런던아이도 보고 하루를 마무리! DAY 3. 계획 없는 여행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다음 날은 완전한 자유여행! 다른 사람들은 각자 계획이 있었는데, 저는 저처럼 혼자 참가한 남자 친구 한 명과 둘이서 정말 계획 XXX 상태로 돌아다녔습니다. 버킹엄궁전 교대식도 보고, 근위병도 보고, 피맥도 하고, 낮의 런던 풍경도 보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하루 종일 빨빨 돌아다녔습니다. 마지막에는 피쉬앤칩스까지 시간 맞춰 먹고 복귀! 모든 여행 일정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날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저와 비슷하게 혼자 온 친구와 둘이서 ‘어디 가지?’ ‘그냥 저기로 가볼까?’ 하면서 아무 계획 없이 돌아다녔던 하루. 극극P인 저에게는 정말 잘 맞는 여행 방식이었습니다. DAY 4. 런던에서 벨기에로! 이번에는 벨기에로 이동! 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갔는데 이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다른 참가자들과 조금씩 더 친해지기 시작했어요. 이날은 이동이 중심이었던 날이라 숙소에 도착해서 쉬면서 마무리! DAY 5. 벨기에에서 친구가 늘기 시작했다 런던을 같이 돌아다녔던 친구의 조원들과 함께 다니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많이 친해진 날입니다. 벨기에에서 감자튀김 좋아하는 분들은... 꼭 드세요. 진짜 또 먹고 싶네요. 그리고 그랑플라스 야경. 이건 정말 말도 안 됐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돌아다니면서 ‘나도 이제 친구가 좀 생기는 건가?’ 싶어서 괜히 기분도 좋았고요. 물론... 우리 2조가 짱입니다. DAY 6. 룩셈부르크를 지나 독일로 룩셈부르크를 잠시 경유한 뒤 제가 기대하던 독일로 이동했습니다. 이날은 무지개가 유독 기억에 남아요. 여행하면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기는 했지만, 코우치 창밖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을 만나는 것도 꽤 좋았습니다. DAY 7. 독일에서 다시 만난 인문학 하이델베르크에서는 글로벌캔버스 인문학 여행에 참여했습니다. 거울을 든 원숭이 동상에 얽힌 이야기부터 시작해 단장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도시를 돌아봤어요. 성을 올라가 인생사진도 건지고, 독일의 붉은 지붕이 펼쳐진 풍경도 보고, 엄청나게 큰 와인통에서도 사진을 찍고, 슈바인학센까지 먹으면서 독일을 야무지게 즐겼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대했던 철학자의 길. 밤에 철학자의 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ㅋㅋ 저는 인문학 좋아하는 ‘척’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헌책방에서 칸트의 저서도 원문으로 사서 들고 올라갔습니다. 나름 느낌은 있었습니다. 물론 반전이 있었지만... 그래도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언젠가 정말 여유가 생긴다면 공학이라는 제 전공의 영역을 잠시 벗어나 인문학에도 제대로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험생 시절에는 정말 문돌이였는데... 쩝. 그리고 밤에는 다 같이 요리도 해먹고 술자리도 가졌습니다. 이날 숙소에서 보낸 밤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DAY 8. 여행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인터라켄으로 이동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장을 봤습니다. 조원들과 ‘우리 뭐 해먹지?’ 하면서 같이 재료를 고르는 과정에서 훨씬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저는 요리를 못합니다. 요리는 재능입니다. 하지만 우리 조가 만들어 먹었던 소시지야채볶음과 간장삼겹살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날 요리경연대회가 있었는데... 혼자 참가해놓고 어쩌다 조장까지 맡은 저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했습니다. 저는 원래 사람들 앞에서 나대는 걸 정말 싫어하는 극 INFP인데, 이날은 술도 안 마셨는데 갑자기 신나서 태어나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나댔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약간 이불킥... 이것도 유럽에서 발견한 새로운 자아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밤에는 술도 정말 많이 마셨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졌는데, 저는 원래 술자리를 중간에 탈주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먼저 도망갔습니다. 살면서 술자리 끝나는 걸 못 보고 나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새삼... 나이를 먹었구나ㅠ DAY 9. 스위스에서 보드를 타다 새벽 3시 반에 자고 아침 8시에 기상.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전날 갑자기 제가 보드 강습에 꽂혀버렸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겠다고 해줘서 총 7명이 같이 보드를 타러 갔습니다. 덕분에 혼자 가지 않아도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그리고 스위스 스키장 풍경... 진짜 미쳤습니다. 안개만 조금 덜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까지 포함해도 정말 멋있었어요. 함께 보드를 배운 귀엽고 멋지고 좋은 친구들. AKA 7금잔디. 이 사람들과 같이 배워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위스 숙소도 정말 좋았어요. 숙소에서 웅장한 폭포가 바로 보였습니다. 밤에는 폭포를 비추는 조명까지 있어서 그냥 숙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하는 기분이 났어요. DAY 10. 벌써 마지막 도시라니 마지막 도시인 파리로 이동하는 날. ‘벌써 마지막 도시라고?’ 싶었습니다ㅠㅠ 중간에 베른에도 들렀는데 사진을 많이 가져오지는 못했어요. 빨리 자야 하거든요. ㅋㅋㅋㅋ 그래도 하나 남은 사진을 보면... 진짜 예쁘죠? DAY 11. 파리, 그리고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위스보다 더 춥게 느껴졌던 파리. 도착하자마자 강추위와 바스티유 광장의 조금 긴장되는 분위기가 맞아줬습니다. 그런데 개선문은... 진짜 웅장하고 예쁘더라고요. ‘독립문이랑 비슷한 거 아니야?’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는 날 통학하면서 독립문을 처음 봤거든요. 크기 차이가 엄청납니다. 못 비벼요. 조원 말에 따르면 계명대 정문은 개선문과 맞먹을 수 있다고 하니 언젠가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에펠탑. 이건 말해 뭐합니까. 실제로 에펠탑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 내가 이걸 드디어 보는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제 여행이 정말 끝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같이 들었습니다. 날씨도 정말 추웠는데 혼자 15분 정도 멍하니 바라봤던 것 같아요.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쩝. 그리고 제가 술을 좋아하니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파리 숙소에 칵테일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바스티유, 몽마르트르, 파리콜라다처럼 파리와 관련된 이름의 메뉴가 있었습니다. 셋 다 맛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바스티유가 정말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칵테일 중 하나! LAST DAY. 마지막 장면은 디즈니랜드 그리고 제 유럽여행의 마지막 기억을 장식해준 파리 디즈니랜드. 디즈니 성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도 끝. 정말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출발하기 전에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혼자 왔고, 생각했던 것보다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어렸고, 남자 참가자도 많지 않아서 ‘나는 누구한테 껴서 같이 다녀야 하지?’ ‘나 왕따 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없던 남자 친구들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다른 참가자들도 저를 나이 많다고 배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같이 놀아줘서 너무 행복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 도착과 함께 제 나이도 27살이 됐지만, 저와 비슷한 나이대라서 이런 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분이 있다면 너무 겁내지 말고 한번 도전해봐도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이제 나이 때문에 글로벌캔버스 대학생 기행에 다시 참여하기는 어렵겠지만, 만약 제가 20대 초반이었다면? 진짜 무조건 다시 참가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네요. 대학원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긴 여행을 떠나고 싶었고, 그것도 가능하면 비슷한 또래 사람들과 함께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오래 기억할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또래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ㅠ 그래도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추억을 가득 쌓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앞으로 힘들 때마다 이번 여행을 한 번씩 떠올리면서 버텨보려고 합니다. 혼자 신청했지만 결국 혼자가 아니었던 여행. 평소의 저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도 해보고,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친해지고, 계획 없이 낯선 도시를 걸어보고, 새로운 제 모습도 조금 발견했던 12박 13일. 유럽의 풍경도 오래 기억에 남겠지만, 결국 가장 오래 남을 건 함께했던 사람들일 것 같습니다. 스태프 영은이, 단장님, 그리고 함께 여행했던 모든 참가자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오래오래 꺼내볼 수 있는 제대로 된 마지막 추억 하나 만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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