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2년 12월 I 두근두근 유럽여행기
고수빈
2026. 9. 20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안녕하세요-!
서유 12기 5조 조장으로 참여한 고수빈입니다. 역시 과제는 마감 닥쳐서 하는 맛이지. 렛츠고수빈 후기 가보자고!
목차
프롤로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떠난다. 여행 계기, 준비
1: 정신 똑바로 차리자! 여행 D-6~파리 첫날
2: 조금씩 섞이고 있는 중 파리 둘째 날~하이델베르크
3: 제일 아팠는데 너무 황홀했어 뉘른베르크
4: 머리와 마음 프라하
5: 하늘이 푸르렀으며 구름은 장엄했다. 리디체~뮌헨이동
6: 뛰어, 뛰어, 뛰어!!! 뮌헨
7: 그들의 욕실 취리히
8: 너가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루체른~인터라켄
9: 구름 사이 햇빛 바젤
10: 머리 먹고 피자 깎기 콜마르
11: C'est super, FIRE SIDE! 스트라스부르
12: 언어를 익히는 일 파리
13: 타고 남은 건 충만한 마음 파리~서울
에필로그: 난 곳과 머무는 곳 서울, 다음은?
양해의 말
·목차 보고 흠칫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후기가 깁니다. 차 한잔과 함께 조금씩 읽으시길.
·어투가 다양할 예정이에요. 저는 최소 사중인격자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오류나 편협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여행 관련 정보는 해당 기관의 공식문서나 운영진 측의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프롤로그: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떠난다.
여행 계기, 준비
2022년 4월
위이이이이이이잉-
수빈: 여보세요?*
지원: #@$%^%& 유럽여행 갈래? %$%^&%$#$ 동반 참가하면 할인해준대 %^$#@$&% 오늘 자정까지 신청해야해**
수빈: ...????????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중간 과정은 생략한다.
*자다 깸
**당시 밤 11시 35분
미적지근한 기대
2022년 휴학을 시작하고 주변에서 여행을 다니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여행보단 아르바이트나 규칙적인 일상을 더 보내보고 싶었다. 그렇게 뚜렷한 여행 계획 없이 지내던 중 지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로 ‘서유기’를 알게 되었고, 연말에 저렴한 가격으로 친구와 유럽 한번 다녀오자...라는 생각으로 신청함.
‘그래... 복학 전에 해외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둘 다 여행 전까지 휘몰아치는 일상을 보냈다고 한다.
여행 가서 싸우지 말자
시간은 흘러 여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고 우리는 카페에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이후 구글 드라이브 속에서 만나며 일정이 완성되어갈 무렵, 드디어 아주 조금씩 설레기 시작했다.
‘전시 많이 봐야지’
‘발레 공연 기대된다’
그리고 여행 6일 전, 난 코로나에 걸렸다.커 쥬 어마걸~
1: 정신 똑바로 차리자!
여행 D-6~파리 첫날
어쩔 수 없지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 않았고, 이젠 입국 준비서류*도 불필요해져 격리 해제 후 출국이 가능해졌다. 격리 해제 후 일정보다 하루 늦게 합류하기로 결정한 뒤 비행기 표를 따로 발권했다.** 다행히 저렴한 직항 노선이 있었음!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엔 일정표를 다듬고 짐을 꾸렸다. 그리고 지원 먼저 출발!
*음성 또는 완치 확인서
**노동한 과거의 수빈아 기특하다!
조금만 기다려줘
모두가 떠난 뒤인 12/27일 새벽,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른 새벽 공항 가는 길. 버스표 뒤에 박스는 뭘까요?
♡공항 Check List♡
□ 발레 티켓 출력
□ 비누, 립밤, 휴지, 가글 구매
□ 정신머리
인천공항은 한산했다. 수속까지 마친 후 가볍게 밥을 먹고 게이트 앞에서 일기를 썼다. 이번 여행 땐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파리로 출발했다.
‘다시 뭐라도 그려보자.’*
*1년 동안 작업 안함.
고개를 돌리기까지
비행 말미에 유심을 갈고 있었다.
뚝
근데 유심 칩 제거 핀이 다 부러짐ㅎ 시작부터 여행 난이도 급상승~
‘유심 없이 파리 상륙?’
와이파이에 의존한 채 입국심사를 거쳐 수하물을 찾고, Opera로 가는 Roissy Bus를 탔다. 다행히 버스 안에서도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이때가 어둑해질 무렵이었는데, 파리의 교통체증을 예상하지 못했다.
‘제시간에 합류할 수 있을까?’
Opera에서 내린 뒤엔 지하철을 타고 Trocadéro트로카데로까지 가야 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인터넷 연결이 안 될 때를 대비해 구글 맵을 캡처해두고 여권과 비상금을 외투 안주머니에 숨겼다.
어깨엔 백팩, 한 손엔 캐리어, 다른 손엔 밥솥*과 스마트폰을 꽉 쥔 채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참고로 지하철 반대 방향 탈 뻔함ㅋ... 소매치기가 많다고 들어서 내내 긴장하고 있었는데, 눈에 광기가 가득해서 그랬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차저차 인파를 뚫고 Trocadéro 역에 내린 뒤 고개를 돌리자 에펠탑 야경이 날 맞이했다. 와우! 그러나 감상도 잠시뿐, 얼른 운영진을 찾아야 했다.
수빈: 아 늦었는데;; 어디 계시지
누군가: 수빈 씨?
천만다행으로 팀장님께 발견당했다. 하긴 누가 에펠탑 앞에서 밥솥을 들고 있어; 아무튼 마침내 합류. 숙소로 가는 코우치에서 유심을 해결했다. 창밖으로 파리의 야경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실화일까 과연?’
숙소에 온 뒤 조원들과 인사를 하며 저녁을 차려 먹었다. 가져온 밥솥으로 지은 첫 밥은 나름 괜찮았다. 긴장이 채 안 풀려서였을까? 매우 피곤한 상태였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유독 차가웠던 두 발을 비비며 첫날밤을 보냈다.
*서유 12기는 조별로 약 10명의 인원이 배정되었고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나 도구를 가져가 경비를 아끼는 게 낫다는 안내를 받았다. 운영진 측에서 쌀을 제공해 주신대서 저렴한 밥솥을 가져가기로 했다. 나는 밥솥 담당이었다.
좌: 환승지였던 Opera로 향하는 버스 안. 차가 막혀서 제시간에 합류 못할까봐 초조했답니다. 서유기 저도 데려가줘요!!! / 우: 의지의 수빈은 기어코 집결지에 도착했습니다. 운영진분들 절 거두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흑흑
2: 조금씩 섞이고 있는 중
파리 2일차~하이델베르크
오랜만이야 루브르
6년 만에 다시 온 파리! 자유시간을 활용해 이곳저곳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오랑주리~ 퐁피두~ 화방도 들르고~ HARD ROCK CAFE도 가고~’
버스로 다 함께 루브르박물관 근처에서 내린 뒤, 인증샷을 찍으러 갔다.
뛸르히 가든을 거쳐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공원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 파는 사람,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특히 취미가 달리기인 사람으로서 러닝 하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웠다.
오랑주리 미술관 입장 기다리기. 미리 예약하고 오면 빠른 입장 가능하니 참고!
모네의 ‘수련’ 연작은 소문대로 멋있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모든 작품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전시장이 원형인 건 신의 한 수다.’
‘이걸 어떻게 그렸대’
전시를 감상한 뒤 8명이서 프랑스 식당에 갔다. 직원분이 매우 친절하셨음. 마치 친구 집에 밥 먹으러 온 듯한 친근함.
빗방울 산책
오후에는 지원과 내가 각자 가고 싶었던 장소를 함께 탐방했다. 노란 우산을 함께 쓴 채 파리의 골목을 걸었다. 뜻밖의 장소를 발견하고 헤매기도 하면서.
‘‘킬로 샵...? 여기 빈티지 상점인데’’
‘‘엥 여기 화방 아니었어?(당황)’’
퐁피두 센터*를 가려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HARD ROCK CAFE**로 향했다. 가는 길에 화방에 들러 색연필 4자루와 붓 1자루를 샀다.
특히 HARD ROCK CAFE Paris가 인상적이었는데, 파리 특유의 거리 분위기 속 다소 강렬한 인상의 상점이 들어서 있는 게 신기했다.
‘오 미국느낌~미국 안 가봄’
집결지로 복귀하는 길, Galeries Lafayette Paris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식품관에 들러 다양한 식재료를 구경하고 조원들과 나눠먹을 디저트를 구매했다.
‘‘와 소금이 수십 종류야!’’
‘‘백화점이라 비싸긴 하다’’
‘‘에끌레어 5개랑 작은 트리 케이크 1개요’’
*현대미술 중심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
**축구 관련 굿즈가 있는 매장. 여러 도시에 지점이 분포되어 있고, 각 도시마다 해당 도시만의 자석을 판다. 지원의 pick.
병 따줘서 고마워
저녁은 2종류 파스타와 계란찜키쉬*. 그리고 지원이 뱅쇼를 끓여 내었다. 맥주도 곁들이려 했는데 병따개가 없었다. 그때 해결사가 등장. 캬 고마웠어!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저녁식사였다.
*계란과 크림이 들어간 프랑스의 파이 요리.
HARD ROCK CAFE Paris. 매장 안에 펍도 있었다. 사람이 꽉 차서 구경만 하고 나왔다.
버스 타고 국경 넘기
파리의 떨림을 뒤로하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날! 거의 종일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뒷좌석에서 쪽잠을 자고, 휴게소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어둑해졌다. 숙소로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독일 현지의 슈톨렌*이 궁금해서 냉큼 집어옴.
깜깜해져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허나 입실 전 중요한 한 가지 일이 있었다. 바로 우리 조 진우와 다른 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생일 축하해 진우야!!!!!!!!!’’
하이델베르크 숙소는 쾌적했다.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인덕션 화력이 약해서 답답했지만... 어찌어찌 미역국도 끓이고 고기도 구웠음. 고기 굽는 지원 옆에서 난 밥을 지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먹는 독일 빵. 견과류와 건과일이 들어있고, 술 향이 나며 달다. 건포도 안 먹는 사람 유의!
오늘은 취미 공개
이날 밥이 요상하게 되어서 당황했지만... 뜸을 들이니 먹을만해졌다. 뜸 들이기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찍고 밥을 나누어 먹으며 한 사람씩 본인의 취미를 말했다.
‘‘미역국... 깊다...’’
‘‘맥주 안 터지겠지?’’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병따기 해결사가 놀러 와서 함께 웃고 떠들었다.
‘‘나 북극 간다!’’
‘‘우와!!!!!’’
진우 생일상~!!! 왜 사진에 세연, 혜정이가 없냐고요? 마음씨 고운 사람 눈에는 보입니다.
재정비의 날
하나둘씩 늦은 잠을 청하러 들어가고, 나와 채원언니, 진우는 세탁실에 가서 빨래를 했다. 이때도 병따기 해결사와 다른 조 친구를 만나 담소를 나누었다. 나 유난히 내성적인데 아닌가봐. 빨래를 마치니 아침 시간이 다 되었다. 한 30분 누워있었나? 기상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숙소도 쾌적한 김에 지원과 나 둘 다 재정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시내로 나가지 않고 숙소에 남기로 결정! 조원들이 다 나간 뒤 밀린 잠을 보충했다. 이거지, 이게 평화지.
좌: 소파를 펼치면 소파베드가 짠 나왔답니다. 뒹굴뒹굴~ / 우: 원래 가려했던 맥도날드를 못 찾고 근처 이스탄불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케밥 종류를 팔았습니다. 쏘 딜리셔스~
이후 못다 한 빨래를 마저 하고, 숙소 주변을 산책하고, 전날 어질러진 흔적을 치웠다. 원래 숙소 주변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고 싶었으나 문을 닫아 패스... 대신 숙소 바로 앞 24시간 헬스장이 있길래 일일권을 끊어 운동을 하고 왔다. 어후 상쾌해.
조원들이 복귀하고 라면과 남은 파스타면으로 만든 파스타와 냉동피자를 데워 나눠먹고, 역시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얘들아 너넨 숙취도 없니...?*
사진에는 없지만 저는 점심으로 먹고 남은 비건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이사 전날엔 냉털해야해.
2022년을 하루 남긴 밤, 지원과 나란히 누워 이른 새해 인사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수빈, 지원: ‘새하얗게 불태웠어-!!’
*나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 으엑
3: 제일 아팠는데 너무 황홀했어
뉘른베르크
다시 끄적이기
두 번째 이삿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메뉴는 남은 밥으로 만든 멸치 주먹밥...인데 뭉치지 않은 모순적인 밥. 멸치볶음+김가루+참기름*으로 뚝딱 만듦. 맛은 다 상상 가능하죠?
코우치에 짐을 싣고 출발. 이제 슬슬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무엇을 그려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던 중 지원이 내 노트를 빌리더니 나를 그려주었다. 보답으로 나 역시 지원을 그리다... 멈췄다(지원: ???). 사람을 그리는 게 어려웠다.
머뭇거리며 창밖을 보니 하늘과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저걸 그려보자’
달리는 버스 안에서 구름과 나무, 들판을 보며 손을 움직였다. 마침 마니또에게 편지를 써 줄 참이었는데, 이 그림을 함께 드리고 싶어졌다. 지원은 그런 나를 옆에서 응원해 주었다.
그렇게 하이델베르크를 떠나 뉘른베르크로 가는 길 위에서 2장의 풍경을 담았다.
*사실 김 자르다가 습기 제거제를 같이 자르는 바람에 실리카겔 몇 알이 들어갔을 거야... 그렇지만 인체에 무해하다니 괜찮을 거야 여러분...스미마셍
움직이는 코우치 안에서 손 가는 대로 쓱쓱 그리기.
여기 뭐야?
뉘른베르크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침에 조깅하기 좋겠다’였다.
‘도시가 무척 쾌적하네’
100여 명*의 체크인을 겨우 마치고, 다친 손가락**을 치료한 뒤 지원과 함께 시내로 나갔다.
단정히 정리된 건물과 아기자기한 상점, 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전등과 그 사이로 솟은 교회와 트리,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진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현실이라니’
마림바 버스킹을 한참 감상하고, 닫은 가게 창 속을 들여다보고, 호기심에 두꺼운 코코넛 칩 한 봉지를 사고, 예정되었던 장난감 박물관 코스를 취소한 채 거리 곳곳을 쏘다닌 우리의 머리 위로 노을이 졌다.
좌: 이런 아름다운 도시가?! 저마다의 세월을 보낸 건물들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 우: 노을 감상 중... (그나마 얌전한 사진)
어둠이 드리워지고 아늑한 호프집***에 들어가 대화를 나누었다. 뒤이어 채원언니와 진우, 세연, 성빈이 들어와 옆 테이블에 앉았고 함께 저녁시간을 보냈다.
‘‘재밌게 다녔어?’’
‘‘우리 오늘 인류애를 느꼈어’’
식사를 먼저 마치고 지원과 거리로 나오자 벌써부터 불꽃놀이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 위에서 불꽃 사진을 찍고 노래****를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자정 불꽃놀이 전까지 잠시 쉬었다. 지원은 잠이 들었고 나는 샤워 후 로비에 나와 일기를 썼다.
*서유 12기는 약 1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여행이었다.
**캐리어 옮기다 그만... 결국 지원에게 한바탕 혼났습니다. 알았어 여보 몸 아낄게.
***Restaurant burgwächter. 여기 소시지 굿굿. 쪽파 버터 곁들인 프레젤도 잡숴보세요. 속 쓰려서 많이 못 먹은 게 한입니다.
****난 오마이걸 ‘불꽃놀이’를 선곡했다(주제에 충실한 편).
상: 저녁식사로 먹은 소시지 / 하: 식사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서. 이 골목도 분위기 미쳤네...
펑펑펑펑펑
유럽은 새해 전 불꽃을 터뜨리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시간에 맞춰 서유 12기 사람들과 함께 불꽃을 보기 좋은 장소로 이동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그 와중에 인종차별적 말을 들은 친구도 있었다--.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하나둘씩 휴대폰을 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남겼다. 그리고 다 함께 카운트다운! 2022 끝 2023 시작!
‘드디어 한 해가 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도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귓가에 사정없이 맴도는 폭죽 터지는 소리를 뚫고, 한껏 목소리를 높여 조원들과 덕담을 나누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수고했어!’’
새해엔 내 삶이 더 재밌어질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밤늦도록 거리를 걸었다.
상: 사진에서 느껴지는 정신없음 / 하: 5살 된 휴대폰으로 포착한 불꽃
개의치 않아
사실 이날은 여행 기간 중 몸 상태가 최악인 날이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곤해서인지 종일 속이 쓰려 통 먹질 못했다. 저녁이 되자 목이 조금씩 아파왔다*. 그렇지만 아픔도 무색할 만큼 도시가 아름다웠다. 저절로 온 감각이 깨어난 느낌이었어. 이날은 감기약 기운을 빌려 깊게 잤다. 코 끝에 화약 냄새가 잔잔하게 스쳤던 기억.
*코로나 완치 후 시점. 열은 없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
새벽 6시, 성빈과 산책을 하러 나갔다. 거리는 전날의 열기가 채 안 가신 상태였다.
한동안 걷다가, 성빈이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번 뛰어볼까?’’
‘‘좋아!’’
길을 따라 천천히 뛰었다. 이윽고 속도를 높였다. 기분 좋게 몸이 데워질 무렵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를 마치고 작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번 유럽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틀이었다.
겨울 유럽은 한국보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더라고요. 이때가 오전 7시쯤인데도 깜깜했어요.
4: 머리와 마음
프라하
폴라로이드와 탄산수
프라하 이동 후 체크인 전까지 시간이 비어, 지원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함께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었다. 아시안 음식점에 갔었는데 탄산수가 나왔다. 분명 NO GAS로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체코어로 ‘Ano(아노)’가 ‘Yes’의 의미였다. ‘No Gas’를 ‘Ano Gas’로 들으신 모양. 열심히 가스 주세요~ 가스 좋아~를 외친 나 자신...
함께 감탄하기
숙소에 짐을 놔두고 밖으로 나가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잠시 뒤 보게 될 프라하의 거리만큼 노을 역시 화려했다. 이를 놓칠세라 일부를 종이에 옮겼다. 이후 7명이서 코우치를 타고 야경을 보러 나갔다*. 우리는 조명들로 환하게 빛나는 다리를 건너 상점들로 가득 찬 골목을 구경했다. 마니또에게 줄 자석도 이때 샀음.
프라하에 머무는 내내 조금씩 옮긴 순간들
서로 사진을 수십 장씩 찍어주며 걷다 보니 ‘댄싱 하우스’에 다다랐다. 정말 춤을 추는 듯 역동적인 모습의 댄싱하우스 앞에서 나 역시 몸을 휘저으며 사진을 찍고(...) 카를교**를 거치며 프라하의 밤을 함께 나누었다. 아, 이날 나는 뒤풀이 패스하고 먼저 잠에 들었다. 당시 7일 연속 음주로 밤을 보낸 우리 조원들... 귀국했으니 당분간 간 좀 아낍시다.
*은지는 휴식, 진우와 성빈은 빨래하러 갔다.
**찾아보니까 꽤 역사가 깃든 다리인데, 한국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키스신 배경지로 알고 갔다.
반짝반짝 프라하 야경투어~
일출을 담아 보내
프라하 둘째 날 아침. 조장 회의가 있어 일찍 로비로 나갔더니 태양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전날 기념품 가게에서 산 알폰스 무하*엽서를 꺼내 태양빛을 옮기고 편지를 썼다**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를 좋아하는 대학 동기에게 줄 엽서였다.
맞다. 인문학 여행이었지
이날은 자유시간 전 다 함께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에 가는 날이었다. 팀장님과 단장님의 설명을 듣고 묵념을 하며 추모한 뒤 일정을 시작했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치를 암살한 뒤 나치에게 끝까지 맞선 체코 특수부대원들의 최후 항전지.
외면의 아름다움
엇, 웬일로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차려입었대? 바로 레트나 공원에서 스냅사진을 찍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추위 따위 열정으로 이겨내지. 지원은 한국에서 뽀로로 비눗방울도 가져왔다. 자기 가방 자리 없다고 내 크로스백에 찔러넣음. 야 나 오늘 컨셉이 시크야...
검은 사제와 뽀로로...
촬영 전까지 환전을 하고, 하벨 시장을 거쳐 천문 화약탑과 구시가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다. 가는 길에 알폰스 무하 박물관에서 사진도 찰칵. 무하... 언젠가 보러 올게요ㅠㅠ
프라하는 시계가 유명한 도시 같았다. 건물에도 시계, 기념품 가게에도 시계...
스냅사진 꽃까지 구매한 뒤 레트나 공원으로! 사진작가님과 셋이서 포토스팟으로 향했다. 끝없는 계단을 올라 촬영 시작. 촬영은 1명당 30분, 200컷씩 진행되었다. 서로 촬영하는 동안 짐을 맡아주고 비하인드 컷을 찍어주는 등 보조 역할*을 수행했다. 지원이 먼저 모델로 등장. 대망의 비눗방울 컷이 궁금했는데 바람 때문에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았다ㅠㅠ 뒤이어 나의 차례. 또 언제 이런 걸 찍어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주저 없이 포즈를 남발하였음. 오죽하면 사진작가님께서 포즈 좀 천천히 바꿔달라고 요구하실 정도로... 작가님 수고하셨습니다. 지원과의 쇼윈도 친구 투샷을 마지막으로 스냅사진 촬영을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예약하고 갔다.
**참고로 지원은 사진동아리 출신이고 나는 뭐 먹을 때도 사진 잘 안찍는 사람이다. 결과는 상상에 맡기겠다. 지원아 내가 잘할게 미안.
***현장에서는 서로 ‘시다’로 불렀다ㅎ. 앞으로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하겠습니다.
지원이 찍어준 비하인드 컷. 아니 비하인드 찍겠다면서 왜 화보를 찍은 거죠?
NO STANDING JUST DANCING
사진촬영이 끝나니 오후 3시가 지나있었다.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굴라쉬*와 벨벳맥주를 파는 식당**에 나란히 앉아 나는 레몬티, 지원은 필스너우르켈 맥주를 마시며 식사를 했다. 참고로 지원은 원래 벨벳맥주를 마시려 했던걸 식사를 마치고 깨달았다. 과자 한 입씩 먹고 3시까지 버티느라 힘 빠졌던 듯...
식사 후 레넌 벽 앞까지 걸어갔는데 딱 그 앞에서 우리 조원들을 마주쳤다.
‘‘???’’
‘‘??!!’’
함께 레넌 벽과 내부에 있는 아트샵을 구경했다. 멍하니 소품을 둘러보던 나에게 지원이 엽서를 선물했다. 엽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NO STANDING JUST DANCING
깜짝 선물 좀 감동인데? 너의 성원에 힘입어 더 움직이겠어. 집결지인 프라하성에서 보기로 한 뒤, 조원들과 헤어지고 굴뚝빵***을 먹으러 갔다.
수빈: 나는 클래식. 너는?
지원: 난 크림 얹은 거 먹어볼래.
참고로 크림 얹은 굴뚝빵은 먹기 매우 까다로웠다고 한다. 진기명기 보는 줄 알았다 지원아... 사진촬영+굴뚝빵에 탈탈 털린 우리는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가 몸을 녹였다.
*헝가리의 고기 요리. 단 맛 없는 갈비찜 같다. 체코에서 헝가리 요리를 먹는 한국인, 힙하지 않나요?(헛소리)
**U Malého Glena라는 식당
***체코의 길거리 빵. 물이나 달지 않은 차 또는 커피와 함게 드시는걸 추천해요. 그리고 꼭 휴지나 물티슈 챙겨가세요!
굴뚝빵 맛집 고르는 법: 눈치껏 갓 나온 굴뚝 빵을 파는 집에 가보세요! 이틀 동안 두 가게에서 사 먹어봤는데 이날 간 곳은 이미 구워놓은 걸 주더라고요. 굴뚝빵 가게 많으니 그 중 뜨끈한 거 파는 데로 ㄱㄱ~
상: 한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프라하 스벅 매대 / 하: 민트 티 한 잔씩 시키고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과소비 권장 여행
집결시간이 다가왔을 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지원: 수빈... 우리 코루나*가 많이 남았어. 내일은 뮌헨으로 가기 때문에 오늘이 지나면 코루나를 쓸 일이 없을 거야.
수빈: 예상보다 적게 썼구나.
환전한 코루나가 많이 남았기에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이를 소진해야 했다. 집결시간까지 남은 시간 약 30~40분. 근처 빈티지 상점이 있어 코루나 탕진을 위해 떠났다.
‘‘30분 안에 옷 사고 프라하성까지 가야 해!’’
‘‘일단 맘에 들고 몸에 맞으면 바로 사버리자!’’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폭주 쇼핑을 했다고 한다.
‘‘어 이거 예쁘’’
‘‘사!!!!!’’
‘‘이거 너한테 어울릴 것 같’’
‘‘입어봐!!!!!!’’
나는 갈색 재킷과 고동색 셔츠를, 지원은 와인색 니트 집업을 낚았고 마지막 일정인 프라하성을 보러 갔다. 하아 하아...쓰면서도 숨차네.
*체코의 통화
전설의 빈티지 상점 쇼핑. 예능도 이렇게는 안 찍을 듯.
어떤 모습
5조 조원들과 함께 프라하성 내부에 들어갔다. 고개를 뒤로 젖혀 높이높이 솟은 성을 보았다.
‘진짜 화려하다. 프라하 건축물들은 장식요소가 많네’
사진을 남기고 숙소로 복귀. 이날은 술 없이 진우, 성빈과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일찍 잠들었다.
진짜 마니또님 사랑합니다 덕분에 여행 내내 향긋했어요!
프라하는 눈이 즐거운 도시였다. 형형 색색의 건물과 붉은 지붕들, 정교한 장식의 향연, 거리에 즐비한 가지각색의 상점들...그러나 한 켠에는 대마초 판매점과 홍등가, 지배당했던 흔적들이 존재했다.
‘분명 화려한 모습인데 묘하게 위태롭게 느껴져...더 튼튼해지길’
멋진 외관만큼 도시 자체가 더 견고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시간이었다.
*마니또에게 받은 차. 보고 계시나요...? 아직까지도 아껴 마시고 있답니다♡ +내 마니또는 차와 함께 렛츠고수빈이란 별명도 함께 주셨다고 한다. 센스쟁이...
프라하 성 앞에서 중심을 잃은 두 명...
5: 하늘이 푸르렀으며 구름은 장엄했다.
리디체~뮌헨이동
리디체, LIDICE
뮌헨으로 이동하기 전 체코의 ‘LIDICE(리디체)’라는 마을에 갔다. 리디체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해 대규모 학살이 일어난 장소였다*.
‘마을 전체가 없어졌고’
‘주민들은 학살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설명을 들은 뒤 추모시설과 잔디로 뒤덮인 들판을 걸었다. 과거 사람들이 살던 마을이었던 땅에는 건물 하나 없이 오직 풀과 나무, 추모 동상과 파편 일부만이 있었다.
‘이렇게 넓은 곳을’
제주 4·3 사건을 겪은 한국처럼, 체코에도 비인륜적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언제 파괴가 일어났냐는 듯 리디체는 그저 고요하게 숨 쉬는 중이었다.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암살 사건을 보복하기 위해 자행된 대규모 학살이다.
기억할게
다시 코우치는 뮌헨을 향해서 달렸다. 맑은 날이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과 그 하늘을 구름이 뒤덮고 있었다.
‘구름이 엄청 풍성하고 거대하다’
장관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종이 위에 조금씩 옮겼다. 이날 버스에서 본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천국이 있다면 저런 곳일까’
‘저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아’
어쩌면 리디체를 잊지 말아 달라고 구름이 말을 건넨 것일지도.
6: 뛰어, 뛰어, 뛰어!!!
뮌헨
보여준다는 것
뮌헨에서의 정신없는 첫날밤을 보내고*,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다하우 강제 수용소를 방문했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는 독일에서 최초로 세워진 강제 수용소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학대당하고 병들고 죽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실제 수용소의 시설들과 당시 나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을 접했다. 그곳엔 독일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한 목적의 포스터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강한 대비, 주로 붉은색, 두꺼운 서체... 자극적으로 느껴질 요소가 많다. 기억에 강하게 박히겠어’
‘저런 이미지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세뇌당했던 것이겠지’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창작가는 윤리의식을 필수로 가져야 한다’
시각물의 무서운 위력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던 장소였다.
*뮌헨 첫날밤의 사건 몇 개: 쓰레기통 없는 방 / 모르는 분의 냄비 기증 / 막걸리 주조
입사조건: 맥주잔 들고 나르기
뮌헨 시내로 이동해 자유시간 시작! 과 동시에 5조 전원이 HOFBRAHAUS*로 서둘러 움직였다. 저는 자리를 맡아둘 겸 식당까지 냅다 달렸습니다. 조원들을 위해 몸을 불사른 조장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러닝 하고 싶었어요. 어후 뛰니까 살겠다.
‘‘10명 자리 잡아야 해...!!!(사리사욕 채우는 중)’’
가게는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한 쪽에는 시골풍(?)의 라이브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게 진짜 넓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네’
다행히 오랜 기다림 없이 자리를 구했다. 맥주와 소시지, 꼴레뇨** 등을 주문하고 나눠 먹었다. 거대한 맥주잔을 한 번에 몇 개씩 들고 나르는 직원들을 보면서 레모네이드를 홀짝였다. 내가 독일 호프집을 다 오다니.
*뮌헨 유명 호프집 중 한 곳. 점심에 갔는데도 사람 많았음.
**체코의 돼지고기 무릎 요리. 엇 독일이니까 학센을 시킨 거 아냐...? 왜 꼴레뇨로 기억하지??(정작 체코에선 헝가리 요리 먹은 사람)
따로 또 같이
식사 후 바로 앞에 있는 HARD ROCK CAFE München에 가서 지원은 자석을 구매했고, 나는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음악 상점에서 동생에게 줄 라흐마니노프 악보를 샀다. 캬 이런 언니가 어디 있어. 각자 일정대로 흩어지기 전 FC 바이에른 뮌헨 플래그쉽 스토어를 둘러본 뒤 나와 지원, 세연, 혜정과 혜지는 프라우엔 교회를 거쳐 National Theater로 걸어갔다. 티켓이 없어 극장 안을 보진 못했지만 매표소 앞 팜플렛과 브로슈어, 과거 전시된 포스터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과제로 이런 거 만들었었는데... 불현듯 전공수업이 떠올랐다.
좌: 악보 상점에서 / 우: 왕 큰 포스터들
스타벅스에서 잠시 쉰 다음 어두워질 때까지 골목골목을 구경하며 뮌헨을 즐겼다. 특히 차(Tea) 상점과 아시아 물건 판매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요리 타임. 나는 김치볶음밥을 만들게 너는 계란국을 끓여. 맛은 양호했다고 한다. 싹싹 비워주어서 엄청 뿌듯했음. 이 맛에 요리하지! 연료 공급하고 진우가 구한 우노(UNO) 카드로 게임을 한바탕 한 뒤 잠에 들었다.
기억을 떠올려보며 적는 레시피: 파를 듬뿍 썰어 식용유와 함께 볶는다→김치(이 땐 캔 김치 사용) 2~3캔 정도 넣고 볶는다→참치 2캔, 고추참치 2캔 넣고 볶는다→고춧가루, 소금, 후추로 간한다→밥 넣고 볶는다→참기름, 김가루 마무리. 각 재료의 양은 취향껏 조절하시오. 만드는 사람 마음~
우리가 24시간을 채우는 법
뮌헨 둘째 날, 기다리던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티켓 구하려고 한국에서 내가 얼마나...!..!..! 자 진정하고. 이날은 뮌헨대학 인문학 투어 ⇒ 아침 겸 점심 식사 ⇒ 프라이탁 플래그쉽 스토어 ⇒ 뮌헨 디자인 박물관 ⇒ 발레 공연 ⇒ 조원들 만나 저녁식사... 헉헉 일정 유독 빡빡한 하루! 나치 테러에 항거하며 ‘백장미단’을 결성해 활동한 ‘숄남매’와 관련이 있는 뮌헨 대학을 둘러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식사는 ‘Organic Garden Eatery’라는 비건 음식점을 갔었는데 벤츠 매장과 한 공간을 쓰고 있어 신선했다. 지원과 나 둘 다 밥 요리를 시켰는데 차가웠다! 돌솥비빔밥의 나라에서 온 여행객 두 명은 다소 당황했지만 그래도 먹을만했어. 채소를 좋아하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걸 꺼리지 않는 공통점이 있어 여행 내내 편했는데, 이때 역시 재밌게 경험을 쌓았다.
미각의 확장!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산을 펴기 귀찮아서 비를 맞으며 프라이탁 플래그쉽 스토어를 향해 걸어갔다.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가방을 구매할 수 있는 뮌헨 스토어에는 다양한 종류의 가방들이 질서 정렬하게 늘어서 있었다. 구경하던 중 약 15.5인치의 크기에 달하는 내 노트북을 안을 수 있는 백팩 발견! 노트북도 들어갈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깔끔해?! 이건 사야지. 중학교 2학년 이후 백팩을 사지 않은 나는 그 자리에서 새 친구를 손에 얻었다. 우리 평생 가자♡
상: 뮌헨 프라이탁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득템한 가방을 / 하: 여행 내내 야무지게 메고 다녔다.
가게에서 나오니 디자인 박물관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빠듯했다.
‘‘우리 발레 공연도 보러 가야 하는데... 전시를 충분히 못 즐길 것 같아’’
‘‘안되겠다. 택시 타고 가자’’
조금이라도 전시를 더 보기 위해 택시를 호출했고, 벤츠를 배정받았다. 대박. 얼떨떨하게 탔는데 담배 냄새남ㅋ. 간접흡연을 하며 Sammlung Moderne Kunst(뮌헨 디자인 박물관)으로 향했다.
독일은 1919~1933년까지 운영된 건축, 미술 교육기관인 바우하우스 외에도 브라운, 벤츠 등 세계 유명 디자인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이다. 때문에 디자인 박물관이 더욱 궁금했다. 박물관에는 디자인 작업 외에도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미술작품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간 간접적으로 보고 듣던 디자인 역사 속 작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유익했음. 시간상 다 못 봐서 아쉬웠지만! 나중에 다시 오기로 다짐했다. 하이델베르크, 뉘른베르크도 그렇고 뮌헨도 볼 거 천지였다... 독일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았는데 다시 여행 오고 싶은 국가 1위로 등극이 되었다.
또 올게 뮌헨 디자인 박물관!
금세 발레 공연 시간이 임박해져 얼른 지하철을 타고 공연장으로 날아갔다. 늦으면 안 들여보내줄까 봐 막판엔 거의 뛰면서 입장함. 간신히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공연이 시작되었다.
‘얼마나 연습했을까?’
‘물 흐르듯, 정확하게 움직인다.’
‘코어 미쳤네’
그림과 장식으로 꾸며진 극장에서 본 ‘호두까기 인형’은 정말 아름다웠다. 발레 공연은 대부분 대사 없이 몸짓과 음악으로 구성되기에 해당 국가의 언어를 몰라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게다가 우리 앞 2좌석이 비었던 덕에 탁 트인 시야로 공연을 더욱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좌: 공연장으로 축지법 쓰면서 가고 있습니다. / 우: 축지법 성공. 이런 멋진 곳에서 발레 공연을?!
공연이 끝나고 저녁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 도넛 가게로 허기를 채우러 갔다. 가게 사장님 친화력이 장난이 아니었음...
‘‘너네 어디서 왔어? (대답을 듣고) 오 한국~??’’
‘‘나 외국어 배우는 거 좋아해. 한국어 인사랑 감사 표현 알려줘!’’
‘‘24살이라고? 10대 후반 같아!’’
사장님 전생에 나랑 친구였나 봐. 나가기 전 카운터 안까지 들어가서 지원의 필름 카메라로 함께 사진을 남겼다.
맥주의 나라 끝까지 즐기기. 전날 점심에 간 HOFBRAHAUS 만큼 인기 있는 호프집인 ‘아우구스티너 캘러’에서 5조 모두가 다시 모였다. 해리포터 속 식당 분위기해리포터 안봄가 나는 가게에서 각자 채워낸 하루를 공유하며 나는 민트 티를, 조원들은 맥주잔을 부딪혔다. 호프집에선 역시 티타임이지. 그래도 독일 맥주 맛이 궁금해서 지원이 주문한 흑맥주를 한 모금 얻어 마셨는데, 오! 부드럽게 넘어가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다르긴 다르네.
만족스러운 저녁 후 집결 장소까지 부지런히 가야 했는데 예상보다 계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하철을 타고 코우치까지 열심히 뛰어갔지만... 내가 지도를 반대쪽으로 보는 바람에 따로 복귀해야 했다ㅎ. 근데 왜 4명밖에 없지? 우리 여행 서바이벌이었나?? 결국 우리끼리 택시를 잡아 숙소로 복귀했다. 낮에 벤츠를 탔었다면 밤에는 테슬라를 탔다. 천창이 있길래 오픈카처럼 달리고 싶어서 열어달라 했다가 거절당하고 지원에게 또 혼남. 국격을 낮춰서 죄송합니당. 숙소로 돌아왔더니 알아서 무사히 도착한 조원 모두와 상봉했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원의 우려와 달리 잘 발효된 막걸리와 옥수수호떡을 구워서 함께 맛보고 회포를 풀었다. 옥수수 호떡 어디서 났냐고요? 이것 역시 지원이 한국에서 호떡 믹스를 가져왔답니다. 어쩐지 네 캐리어가 유독 빵빵하더라... 덕분에 올겨울 첫 호떡을 뮌헨에서 먹었다. 취리히 점심 도시락 밑 준비를 끝으로 긴 하루 끝!
좌: 뮌헨 도착 첫날 빚은 막걸리. 지원이 한국에서 막걸리 키트를 가져왔다. / 우: 사장님 녹차 호떡은 없어요?
7: 그들의 욕실
취리히
한솥도시락 뮌헨점
드디어 스위스로 가는 날이다! 취리히에선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기로 했는데, 물가가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전날 외식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까맣게 잊은 채 잔뜩 장을 봤기 때문에... 도시락 재료로 최대한 소진해야 했었다. 메뉴는 제육볶음+계란+소시지+김가루+밥.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에서 사츠키(언니)가 세 가족의 도시락을 싸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떠올랐음ㅋㅋ(아시나요?). 지원과 함께 전날 밤에 미리 지은 밥과 양념해둔 고기를 익히고, 10인분 도시락을 만들었다. 보온을 위해 온기가 남아있는 전기밥솥에 담아서 출발!
불판 지원 - 포장 수빈 - 설거 진우
코우치를 타고 스위스에 들어서자 초록 나무와 만년설로 덮인 산 그리고 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 옆에서 서유 12기 단체사진을 한 방 찍고 벤치에 모여 도시락을 까먹었다. 나는 내가 취리히에서 제육볶음을 먹을 줄은 몰랐어. 갈매기떼가 들이닥쳐서 재빨리 흡입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스위스의 빛깔들
충전 후 다 같이 취리히 시내를 걸었다. 진우와 성빈은 박물관을 보러 갔고, 나머지는 취리히의 전망을 볼 수 있는 린덴호프로 향했다. 프라하 갔을 때처럼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찍히며 놀았음.
접신한 듯한 표정이어서 사익을 위해 가립니다.
취리히 욕실 관람기*
린덴호프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취리히 미술관이 있었다. 꼭 가보고 싶어 오늘은 조원들과 떨어져 혼자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에 Zentralbibliothek Zürich라는 큰 도서관이 있어 잠깐 구경했다가 미술관으로 향했다. 취리히 미술관은 건물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고 그중 상설전시를 하는 건물로 들어서자 고흐, 모네, 피카소, 칸딘스키를 포함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날 맞이했다. 종교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시기를 다루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다(고대 미술도 있었나...?기억이 안 납니다). 오랑주리에서 보았던 모네 ‘수련’ 연작이 이곳에도 몇 점 있어서 놀랐고, Aristide Maillol라는 프랑스 조각가의 기획전시실에서 한참을 있었던... 신체를 조각한 작품이 위주였는데 불쾌하게 왜곡되거나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생김새로 묘사되어 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 기뻤다.
특히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주요 작품 외의 그림들이 나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그들이 그들만의 화풍을 만들기 전까지 그려왔던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평범한 작업을 하던 시기가 있었음을, 본인의 색을 찾기 위해 꾸준히 연구해 왔음을 취리히 미술관은 내게 알려주었다. 그렇게 전시를 다 둘러보며 홀로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바젤로 가는 코우치 속에서도 지원과 실컷 대화를 나누며 전시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새겼다.
수빈: 오늘 최고였어.
지원: 나도 재미있게 보냈어.
*난 화가들의 작업 세계를 ‘욕조’에 은유하곤 한다. 모든 화가는 저마다의 욕조(=작업관)이 있다. 어떤 생김새의 욕조에 어떤 물을 채우느냐에 따라 욕조의 느낌이 달라지듯이 화가들도 어떤 틀(ex. 성장 배경, 경험, 학력 등)을 바탕으로 어떤 작업을 하냐에 따라 그만의 작업세계가 구축된다고 생각한다.
왜 고등학생 고수빈이 이곳에...?
8: 너가 행복하다니 다행이야
루체른, 인터라켄
으아 기운차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바젤 숙소는 넓고 깔끔했다. 숙소 주변이 한적해서 뛰기에도 좋았다. 깜깜했던 하늘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달리기로 하루 시작! 빈사의 사자상 앞에서 인문학 투어를 마치고 카펠교로 함께 걸어갔다. 파아란 호수와 멀리 보이는 산, 쨍쨍한 햇빛을 맞으니 새삼 스위스에 왔다는 사실이 다시금 느껴졌다.
점심 식사가 예정된 음식점으로 이동하며 약국*, 프랜차이즈 빵집 Bachmann, 스포츠용 보호대를 파는 가게를 둘러보았다. 특히 파리처럼 이곳에도 마을 한 켠에 공원이 있었는데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여 우리 역시 덩달아 흐뭇(?) 해졌다. 이날 점심은 스페인 요리를 파는 음식점... 이었으나 영업을 안 하는 날이었다! 토요일이었는데! 유럽 상인들은 많이 팔 수 있는 날에 쉬나 봐**... 어쩔 수 없이 근처 음식점을 찾아보다가 모로코 음식점을 발견했다. 모로코 음식...? 둘 다 도전의식 생겨서 직행. 가게***에 들어서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였고 긍정적인 예감이 들었다.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병아리콩이 들어간 튀김인 ‘팔라펠’이 들어간 샌드위치와 양고기 요리 ‘램타진’을 주문했다. 지원과 나 둘 다 아침을 안 먹어 많이 배고픈 상태였기에 식전빵을 얼른 한 입 먹었는데, 뭐야 맛있어. 맛집인가봐. 예상대로 이어서 나온 요리도 아주 훌륭했다! 이번 여행 때 모로코도 다녀온 걸로.
*지원이 기름종이가 거의 떨어져서 보이는 약국마다 들어가 봤다. 그러나 안 팔았음ㅠㅠ
**주관적인 생각입니당
***Barbès라는 식당
팔라펠 랩 샌드위치와 양고기 요리. 오른쪽에 보이는 동그란 연두색 재료는 ‘아티초크’라는 채소랍니다. 처음 먹어봤어요.
좌: 가장 넓고 쾌적했던 바젤 숙소. 이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어서 편했다. / 우: 바젤 아침 하늘 밑에서 뛰어보기. 저 멀리 우리의 코우치도 보이네용
으아 나른하다!
기분 좋게 점심을 해결하고 쿤스트 뮤지엄 루체른으로 걸어갔다. 호수 바로 앞에 지어진 미술관이어서 창 너머로 푸른 물과 산맥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미술관은 현대미술 위주의 작품을 다루고 있었다. 한창 전시를 보는데 아침에 달리기를 해서 그런지 춥고 배고픈 상태에서 밥을 먹어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졌다. 잠깐 눈을 붙여야겠어. 그간 다녀본 미술관 경험치에 따르면, 특히 이런 현대미술 전시를 하는 곳엔 영상을 틀어주는 깜깜한 공간이 하나쯤 있거나(운이 좋으면 빈백 소파가 있는 곳도!) 중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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