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2년 7월 | 무채색 일상에 다시 색을 입힌 15일간의 유럽 여행
팬지
2026. 9. 12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안녕하세요! 저는 여름 영남 14기 단원으로 2022 여름 유럽여행을 갔다온 최세린입니다.
여행을 가기 전, 저는 어쩌면 번아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하루하루가 너무 지겹고 귀찮고 그냥 아무것도 하고싶지가 않았습니다. 마치 온 세상이 무채색인 것 마냥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는 유럽여행을 갈 때까지도 계속되었죠.
친구의 권유로 함께 오르게 된 유럽으로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생각보다 설레지가 않았습니다. 짐을 싸는게 귀찮고, 준비할 게 너무 많고, 비행기도 오래 타야하고. 이 모든 과정이 귀찮을 뿐이었습니다. 분명 예전에는 여행을 간다고 하면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설렘에 빠져 살았을텐데 말이죠. 초등학생때부터 꿈꿔왔던 유럽여행인데도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제가 미워, 이번 여행을 통해 그저 이 권태감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약 2주만의 준비를 마치고 공항으로 도착해 생애 첫 장기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긴 비행시간에 불편할까봐 걱정했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흘렀고, 어찌저찌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에 도착을 했습니다. 외국인이 가득하고 한국어가 아닌 낯선 언어가 적힌 표지판을 보며 그제서야 내가 유럽에 오긴 왔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혹여 날씨가 안좋을까 걱정도 했지만 날씨는 우리의 편이었는지 첫 날부터 프랑스의 하늘은 꼭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새파랬습니다.
이후 먼저 유럽에 와 계셨던 운전자분들이 우리를 데리러 오셨고, 잠시간의 운전 끝에 첫 번째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이동 중에 보이는 창문 밖 이국적인 풍경들은 저에게 ' 야, 여기 프랑스야! 유럽이야!' 라고 말하는 듯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실감이 나지 않던 건 바로 온통 풀밖에 없는 푹푹 찌는, 생각한 그림과는 많이 다른 캠핑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이거 실환가...? 지금껏 캠핑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에어컨과 텔레비전, 전자레인지같은 신문물에 길들여진 내가 과연 이런 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저 웃음만 나왔습니다.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조를 이루어 함께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색함과 낯섦, 묘한 떨림 속 유럽에서의 15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텐트생활... 음식도 빨래도 전부 직접 해야하는 캠핑생활...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며칠이 지나니 캠핑장이 어느새 편해졌습니다. 처음 해보는 캠핑은 생각보다 즐거웠고, 어려움도 분명 있었지만, 오히려 캠핑을 통해 이전보다 독립심도 기르고 여행 전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성장한 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조원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가벼운 장난도 치고 서로를 배려하며 어떤 일이든 함께 헤쳐나간 그 순간들이 너무나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함께 장시간 이동하며 다같이 짐을 싸고, 텐트를 치고, 장시간 운전하면서 떠들고 장을 보던 그 날들이 이젠 너무나도 반짝이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분명 첫 날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던 캠핑이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밤에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유럽에서 보던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머릿속에 가득 그려졌습니다. 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럽에 캠핑장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 유럽 캠핑의 매력에 저도 모르게 푹 빠졌습니다. 정말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을 갈 수 있었던 건 아주 특별한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럽에 갔다왔다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심지어 프랑스, 벨기에, 독일, 스위스를 한 번에 갔다왔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이 여행을 고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러나라에 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유럽이 꼭 실존하지 않는 호그와트같이 아주 먼 존재처럼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내내 계속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몽롱한 기분에 빠져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할 수 있다는건 정말 큰 장점이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유럽의 풍경을 온 몸으로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이동할 때, 솔직히 네 나라가 다 비슷한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프랑스는 세련되면서도 현대적이고, 벨기에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 독일은 고급진 분위기, 스위스는 거대하고 그림같은 분위기로 확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어디 가서 쉽게 할 수 없으니 유럽에서의 모든 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간 프랑스에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뜨거운 햇빛은 처음이었고, 여행와서 처음 간 식당에서 먹은 오리 스테이크는 유럽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센 강 위에서 본 에펠탑은 책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감에 매료되는 느낌이 들었고, 빈센트 반 고흐의 묘지도 너무 뜻깊어서 마음에서 이름모를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유럽에서 간 나라중에 가장 아기자기하고 예뻤던 벨기에는 정말 어디를 어떻게 찍든 그 자체로 작품이 되었습니다. 특히 세상에서 온갖 반짝임을 모아 만든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생각이 드는 밤의 그랑플라스는 찬란함 그 자체여서 한참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불어 벨기에에서 맞는 제 생일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아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축하해주신 모두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고급진 건물, 그러나 오색찬란한 것들이 잔뜩 있는 독일은 고급지다를 나라로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맥주의 나라답게 세상에서 가장 큰 맥주통을 볼 수 있었고, 한국과는 다른 매력이 있던 슈니첼도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제 위시리스트였던 유럽풍의 원피스를 살 수 있었는데, 아기자기하고 매력있는 물건들이 가득해서 계속 쇼핑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유럽에서 제일 만족스러운 여행을 했던 스위스는 어디를 봐도 그림같았습니다. 에메랄드빛 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어딜 가도 보이는 스위스 국기, 그리고 온 사방에 보이는 스위스의 자연은 눈을 정화시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여름에 융프라우에 올라 눈을 보기도 하고, 따뜻한 햇살 속에서 스위스의 풍경을 보며 기차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행복이란게 어떤 감각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간 파리는 너무 반가웠습니다. 귀국을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고, 노을 지는 개선문 앞에서 크레페를 먹으며 한참을 여행의 여운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고대하던 반짝이는 야경의 에펠탑은 너무 낭만적이어서,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꼭 다시 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는 여행 전과는 달라진 저를 느낍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인생을 마주보는 태도입니다. 여행 이전, 저는 인생이 너무 고단해 지쳐있었습니다. 밀려오는 무능감과 나태함이 저를 너무 나약하게 만들었고, 인생이 그냥 괴롭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유럽에서 캠핑생활을 하며 매일매일을 쉴 틈 없이 살아가다보니 저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떤 힘을 길러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을 더 성실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고, 삶에 의문이 들고, 모든 것에 지쳐있던 나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이번 유럽 여행은 아주 큰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사람은 찰나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여행은 제가 힘든 순간 꺼내볼 수 있는 달콤한 초콜릿과도 같은 꿈만 같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언젠가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도 이번 여행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을 잘 이끌어주시고 특히 일개 단원일 뿐이었던 제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신 단장님, 부단장님, 그리고 운전하느라 너무 고생하신 운전자님들, 함께 캠핑하며 즐겁게 생활한 영남 14기와 강원8기, 마지막으로 어려울 땐 힘을 합치고 항상 즐겁게 생활한 우리 2조 모두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뵐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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