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2년 7월 | 유럽에서 만난 뜻밖의 것, 다시 꿈꾸는 법을 배운 여행

둑업이

2026. 9. 9 · 조회 오늘 0 · 전체 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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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내가 여행짐을 싸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실제로 내가 여행을 결정한 이후 나를 가장 부러워한 사람은 나의 어머니이셨다. 당신은 이제 의욕이 없어 여행이 힘든 일이 되었다며, 어렸을 때 더 많은 곳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짐을 싸고 있는 순간까지 내 여행의 이유는 나의 어머니와 같은 아쉬움을 갖지 않게 ‘보다 많은 곳을 보는 것’이면 충분했다. 2022년 1월, 18개월간의 의무복무를 마치고 9월 복학까지는 약 8개월이란 시간이 있었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 것에 대한 반발심리였을까, 나는 허구한 날 여행을 떠나고, 캠핑을 취미로 가졌으며, 내 주변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려 했다. 그리고 막연히 어디론가 멀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든 순간 그곳이 유럽임을 확신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릴 적부터 막연히 유럽이란 공간에 환상이 있었고 그 환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유여행으로 떠나자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고 수동적인 상황에 싫증이 난 당시에는, 패키지여행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글로벌캔버스를 통해 유럽을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를 접했고 그 순간 나의 여행은 시작됐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글로벌캔버스 홈페이지에서 여행을 신청했고,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조원들과 준비물을 챙기고, 여행계획을 세우며 여행준비는 설렘과 기대로 차근차근 쌓아졌다. 그리고 ‘그 날’이 됐다. 사뿐한 발걸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계단을 밟았고 그 계단은 유럽으로 내리는 계단이 되었다. <파리-벨기에-독일-스위스-파리>에 이르는 여행은 매순간이 경이와 감탄, 그리고 행복으로 가득했다. 처음 에펠탑을 눈으로 목격했을 때의 그 벅차오르는 감정은 아직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터라켄에서의 패러글라이딩은 그 어떤 익스트림 스포츠도 주지 못하는 짜릿함을 내게 선사했다. 파리, 벨기에, 독일에 이르며 비슷하지만 조금씩 변주되는 거리의 분위기를 스스로 파악하는 재미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평생 알 수 없었을 경험일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꿈 같았던 순간들보다도 차 안에서 보낸 시간과 기억이 나의 가슴속에 가장 남는다. 우리 여행에서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었다. 때로는 나라와 나라를 안전하게 넘나드는 방패의 역할을 했고, 때로는 여행의 피로를 녹이는 침대가 되어주기도 했으며, 때로는 옆 사람과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중 옆 사람과 시간을 보내던 차를 가장 사랑한다. 차에 있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여행을 왜 오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어떤 것을 좋아하며 또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싶은지 등을 말이다. 운이 좋게도 (이 여행을 하기 전까진 내가 운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정말 멋있고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서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듣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는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상적인 삶을 꿈꾸고 이상적인 사람이 되길 노력하고 그 이상을 점점 실현하며 현실의 나를 성장시키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입시, 군대, 졸업, 취업 등 여러 상황에서 점점 이상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어렴풋이 받아들이며 어느 순간 꿈꾸는 것을 멈췄다. 처음에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성장한 것이라 생각했다. 매일같이 복잡했던 머리는 평온해졌으며, 주어진 일을 해내고 당장의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알차고 행복하다 느꼈다. 하지만 예전의 나처럼 꿈꾸고 그 꿈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꿈꾸는 삶을 사는 법을 다시 배울 수 있었고 여행의 끝이 다가오며 나는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이 떠올랐다.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준비하지만 결국 여행의 끝에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밖의 것’이다.” 나는 이 여행에서 단순히 유럽이라는 국가를 경험해 내 견문을 넓히려 했다. 하지만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 분위기 그리고 그 경험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나의 의도와는 다른 ‘뜻밖의 것’을 선사했다. 꿈을 꾸고 실천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나를 다시 꿈꾸게 했으며, 유럽이란 국가의 아름다움이 꿈을 꾸는 것의 행복을 일깨워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여행을 하며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수많은 인연을 내게 남겼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각자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여행이 그것을 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하진 못하지만, 내게 이 여행이 다시 꿈꿀 수 있게 하고 같이 꿈꾸고 싶은 사람들을 남겼듯이, 여행을 하며 얻고 싶었던 목표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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