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1년 2월 I 사진에 다 담지 못한 유럽, 오래 남은 장면과 사람들

박제현

2026. 8. 30 · 조회 오늘 0 · 전체 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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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앞길을 가로막는 과제와 귀찮음과 일탈감이 만든 게으름이 3주라는 공백기를 낳았다. 내 몸의 일부뿐인 고마운 이 녀석들 때문에 후기 한 번 작성하려면 큰 결단을 내려야 했다. 하루의 시작과 끝과 중간을 책임지는 유튜브와 놀다 보니 3월도 보름 가량 지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시험기간이 찾아올 것 같아서 꾸물꾸물 모니터 앞에 앉게 되었다. 후기를 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이 어땠었는지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고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미안했던 일 등을 곱씹을 수 있어서다. 다시는 못갈 수도 있는 유럽여행이었기 때문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눈에 담았던 바다, 하늘, 건축물, 사람, 거리, 길, 바람, 음식 등을 오래 가져가고 싶었다. 3주 동안 같이 생활했던 우리 조원들, 밤마다 만났던 다른 조원들과 함께 갔던 장소, 사람이었기에 겪을 수 있었던 마음고생들과 유럽이었기에 담을 수 있었던 울림과 신성함들... 모두 가져가고 싶었다. 다른 이유로는 곧 여행을 떠나실 분들 때문이다. 내가 ‘서유기’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완납 전까지 의심의 눈을 떴었던 기억이 난다. 학생으로서 큰 돈과 돈만큼 소중한 시간을 내고 떠나는 것이라서 이것저것 알아봐야 했다. 그 때 그 정신력으로 글을 썼다면 나는 이미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예비 출국자 분들께 의심보다는 설렘의 눈을 뜨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도 떠나기 전에는 치안, 음식, 숙소 모든 게 궁금하고 낯설었다. 그 마음을 운영진 분들께서 잘 아시기 때문에 궁금한 것들, 필요한 것들 카페에다 올려주신다. 그래도 유럽 생활이 그려지지 않으신다면 개인적인 질문을 하셔도 된다. 답장도 잘 해주신다. 이것저것 궁금한 게 있으시면 열심히 질문하셔서 여행 주머니를 잘 꾸리시길 기원한다. 어쨌든!! 이 후기가 여행을 떠나실 때 참고가 될 지 모르겠다. 하지만 큰 도움이 안 되더라도 설렘을 추억으로 바꾼 사람들과 설렘을 추억으로 바꿀 사람들 모두를 위해서 후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본격적인 후기를 쓰기 전에 귀국한 후에 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귀국한 뒤로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큰일 2가지가 있었다. 유럽에서 수강신청을 완벽하게 실패하는 바람에 시간표 메꾸느라 일주일을 보냈다. 그래도 열심히 빌어다니고 돌아다닌 덕분에 금공강과 18학점을 챙길 수 있었다. 입학하고 나서부터 활동하고 있었던 연극학회에서 조명 스태프로 연극을 올리게 되었다. 배우와는 달리 극 밖에서 바라보는 위치라서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 진짜 후기를 쓰겠다! 후기를 어떤 식으로 쓸지 고민하다가 모든 곳을 훑기 보다는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곳 몇 군데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른 분들께서도 잘 적어주셨고 어디를 어떻게 갔다왔는지도 카페 등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후기는 어찌 보면 쓰다 만 일기장 같은 느낌일수도 있겠다. 일기장이라 하면 주관적인 느낌이 아주 듬뿍 들어간, 작성자 기준에 맞춘 이기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유럽이라는 곳이 핸드폰과 카메라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곳들이었다. 사각의 프레임에 담길 만한 곳이 아니었고 담길 수도 없었다. 고개를 올려 봐야 했던 큰 규모보다 그 위치에 존재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울림이 있었다. 실물로 대할 때 그 웅장했던 느낌은 어떤 달변가가 와도 생생하게 전해질 수 없다고 확신한다. 때문에 사진은 그냥 인증용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첫번째는 파리의 남산타워, 에펠탑이다. 파리에 왔다면 꼭 보고 가야 하는 에펠탑. 워낙 유명한 관광명소라서 유럽에서 만난 건축물 중 가장 낯익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왜 가야하는지 알 것 같았다. 건축학도는 아니지만 에펠탑을 봤을 때 탑을 이루는 뼈대나 기둥들이 조화가 좋았다. 또, 내가 속했던 4기는 야경으로 만났는데 정각마다 레이저처럼 발광해서 아름다움을 더했다. 비바람이 몰아쳤는데도 불빛들을 바라보게 하는 흡입력이 있었다. 두 번째는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중세시대 때 카톨릭이 지배했던 유럽이라 성당 관련 건물들이 많았다. 노트르담은 그 중에 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성당이었다. ‘노트르담’은 우리들의 귀부인이라는 뜻으로 곧 성모 마리아를 나타낸다고 한다. 개신교 신자로서 카톨릭에 대해 감히 옳다 아니다 말할 수는 없지만 마리아가 천주교에서 어떤 분인지는 알고 있고, 그 분의 이름을 딴 성당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굉장한 의미를 지닌 성당이다. 외적으로도 엄청나고 웅장하다. 더 놀라운 것은 입구 쪽에 조각상들이 있는데 그 조각상을 기준으로 또 다른 조각상들이 줄지어 있다. 건설 당시 현대처럼 세심한 기술이 없었을 것이기에 더 정교하고 화려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지었을지 상상이 안 갔다. 그리고 사진이 다가 아니었다. 건물 안도 안이지만, 사진 속 정문을 포함하여 뒤로 엄청나게 뻗어 있었다. 한 바퀴 도는데 시간 엄청 걸렸었다. 정말 이름값하는 성당이었다. 세 번째는 세느강과 퐁뇌프다. 이 곳은 야경이 끝내줬다. 유럽에 가게 되면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10cm의 〈스토커〉 뮤직비디오에도 나온다. 그 때 나오는 폭죽과 야경은 다시 봐도 장관이었다. 검은 바탕에 흩뿌려지는 폭죽들이 동공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시신경을 잡아 끄는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몇 번이나 그 장면을 돌려보면서 꼭 가고 싶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파리 자유시간 때 제일 먼저 가고 싶었다. 또, 영화 속 장면처럼 일부러 야경을 보려고 했다. 줄리엣 비노쉬처럼 다채롭다 못해 호화로운 폭죽들을 누가 뿌려줬다면 기절했겠지만, 다채롭지는 않아도 충분히 호화로웠다. 잔잔한 강에 반사되는 불빛과 그냥 불만 켰는데도 아름다웠던 건물들은 담아가기에 감사했다. 파리는 야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네 번째는 리옹 야경과 푸비에르 노트르담 성당이다. 이 곳을 고른 이유는 두 번 놀랐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리옹의 야경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성당의 신성함 때문이었다. 먼저 리옹 야경은... 어떻게 써야 할까. 내 부족한 필력으로는 내가 받았던 위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수식어 없이 그냥 좋았다. 단체사진도 찍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진 찍고 돌아다닐 때 에펠탑보다 더 길게 보고 있었다. 왜?를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다. 그냥 보고 싶었다. 파리는 에펠탑, 노트르담, 퐁뇌프 등 그나마 아는 것들이 많아서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리옹 야경은 입 벌리게 만들었다. 어떤 문화재를 본 것도 아니었지만 낯설었고, 높은 곳에서 보니 더 거룩하게 느껴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정신 차리고 들어간 게 푸비에르 성당이었다. 들어가서는 기억이 좀 희미한데 아마 예배 중이었을 것이다. 왜 기억이 희미하냐면 이 뒤로도 성당을 많이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울고 말았다. 그 순간만 기억난다. 종이 쳤고, 피아노 선율이 들렸고, 성도분들께서 성가를 부르셨다. 성가 특유의 멜로디가 성당 전체에 울렸다. 소리들이 기둥들과 창문에 부딪치면서 깊이를 더했다. 성스러운 건물 내부와 함께 신성한 분위기가 나를 휘감았다.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여기까지인 것 같다. 그리고 그냥 울었다. 성가를 울려고 부르신 것 같았다. 교회에서도 찬양 부를 때도 한 번 운 적이 없는데 여기서는 왜 울었을까. 마음 속으로는 회개할 거리가 많았나보다. 아직도 정확하게 울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 마지막은 이탈리아의 친퀘테레다. ‘친퀘테레’는 이탈리아어로 5개를 뜻하는 ‘친퀘’와 마을을 뜻하는 ‘테레’가 합쳐진 단어다. 이름 그대로 5개의 마을 중에서 세 개의 마을만 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 속 마을은 ‘마나롤라’인데 사실 제일 담아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친퀘테레는 서유기를 신청하면서 알게된 곳이었는데 절벽 위에 집이 지어졌고 옹기종기 모여서 마을을 이룬 게 귀엽기도 했고 그림엽서처럼 느껴졌다. 퐁뇌프 이상으로 궁금했던 곳이었다. 처음 들린 곳은 ‘리오 마조레’였고, 두 번째로 들린 곳이 이 곳 마나롤라였는데 첫인상이 새끼고양이 같았다. 귀엽고 예뻤다. 배경이 워낙 좋아서 사진을 못 찍는 사람도 그럭저럭한 손기술을 갖게 만들어주는 매력있는 곳이었다. 특히, 바다가 보였다. 넘실넘실거리는 바다감성이 나를 집어삼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게 만들어 주는 바다였다. 한참을 바라봤는데도 아쉬워서 더 보고 싶었다. 핸드폰으로 여수밤바다 들으면서 끝까지 담아가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무섭게 매력있는 곳이었다. 유럽이라는 곳은 그랬다. 돌아 다녀도, 가만히 있어도 그림이 되었고 풍경이 된 곳이었다. 숨소리도 특별한 것 같았고, 나무 한 그루, 블록 한 타일도 독특해 보였다. 여기 있는 것, 밥을 먹는 것, 돌아다니는 것, 모든 것이 신기했다. 아부다비를 들렸다 오는 18시간의 비행 스케줄도 감사했다. 유럽 사람들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했다. 시간의 소중함과 집의 소중함을 느꼈다. 유럽유럽해도 결국 제일 편한 곳은 우리 집이었다. 열심히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어도 집에서 시켜 먹는 치킨이 생각났다. 서유기를 가서 요리도 해보고 했지만 호기심보다는 본능이 우선이라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이 여행이 아니었으면 평생 못 만났을 사람들과 같이 다니면서 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만 생각나고 고마웠던 것보다는 미안한 게 더 많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 소중한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나와 어울려주시고 만나주시고 지금까지 연락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5기 분들께! 여행을 떠나게 되시면 되도록 메모를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당장 눈 앞에 담을 풍경들이 많고, 그것들만 담기에도 시간이 없지만 오늘 어디를 갔다왔다는 식으로 몇 줄 적으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것이다. 굳이 일기가 아니어도 한 줄이나 단어 몇 자라도 기록하셔서 하루를 정리하시면 남는 게 많아지실거다. 가져갈 것은 많은데 뭐부터 가져가야 할 지 모르겠다. 볼 것은 많은데 시간은 짧다.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내가 다녀온 서유기도 아쉬움이 많았다. 계획이 틀어진 경우도 있었고, 마음고생도 했었다. 유럽이라는 거대함에 부딪힌 내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완벽할 수는 없다. 계획대로만 간다면 좋겠지만 뜻밖의 상황과 상황에 익숙해지는 법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걱정, 설렘, 기대, 두려움 모두 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재밌는 첨가물이 될 것이다. 온 몸 그대로 유럽을 여행하셨으면 좋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당장 공강시간에 어디 갈지 부터 점심은 뭘 먹고, 유럽와서는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등 모두 선택이다. 서유기도 수 많은 선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래 고민하시고 결정하신 만큼 생각한 시간 이상으로 좋은 추억을 담아오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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