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4년 2월 I 책 속 건축을 두 눈에 담은 유럽 건축 TOP 5
강현욱
2026. 10. 8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깊이와 재미를 다 잡을 수 있는 여행이다. 책으로만 접해온 건축물을 두 눈에 직접 담았고, 좋은 인연을 만나 후회없이 놀았다. 입대 전 최고의 선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여러분께 너무 고마와용~👍 우리 조원들 특히 더 고마워~ 구체적인 여행기는 사진이 좀 정리되면...
올릴게요.
사진 게재를 원치 않으실지 모르니 모자이크 처리 했습니다 ㅎㅎ
자, 이제부터 직접 다녀온 유럽 건축 TOP 5를 소개하겠다.
5. 헤이그 시청, 리처드 마이어
(좌) 리처드 마이어, (우) 르 코르뷔지에 헤이그 시청사 외관
헤이그 시청사는 1995년 개관한 복합시설이다. 규모가 131,000㎡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시청 오피스뿐 아니라 도서관, 갤러리를 포함 하고 있다. 이곳의 백미는 장대하게 펼쳐지는 아트리움 공간이다. 천창은 내부에 균일한 조도를 선사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후상황을 반 영한다. 마이어의 트레이드 마크인 백색 타일은 정교한 그리드를 따라 마감된다. 마이어의 백색 사랑은 다소 집착적이고 강박적인 면모가 있지만 정신병동이나 무균실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의 백색은 아크로폴리스의 찬란한 역사를 재현한다. 그것은 르 코르뷔지에가 강하게 매 료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니 헤이그 시청의 백색은 고대에서 근대,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건축의 긴 역사를 넌지시 오마주하는 것이다.
아트리움
난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 무슨 천국인 줄 알았다. 모든 게 아름다웠다. 오르내리는 게 전부인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이 어찌나 유려해 보이던지!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마음이 이랬을까? 리처드 마이어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이지 상상초월.
The Hague Municipality City Hall (Atrium, Spui 70, 2511 BT Den Haag, 네덜란드
외관
영국 정부는 새 천년을 맞이하며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쇠락한 공업지대를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이 프로젝트는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손꼽힌다. 밀레니엄 브릿지, 런던 아이, 밀레니엄 돔 등 런던의 대표 명소들도 이때 형성되었다. 그중에서도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가히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의 전신은 뱅크 사이드 화력 발전소로 프로젝트가 추진될 당시 20년가량 방치된 상 태였다. 주변 공장 지대 역시 발전이 더딘 상황이었다. 때문에 '쇠퇴한 공장을 문화시설로 탈바꿈'한다는 시나리오는 당위성이 충분했다. 국제 현상설계가 개최되었고 렌조 피아노, 렘 콜하스, 안도 다다오 등 내로라 하는 건축가들이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당 시로서는 인지도가 뒤지던 스위스 출신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당선되었다.
(좌) 자크 헤르조그, (우) 피에르 드 뫼롱
건축가는 건물 중앙을 시원하게 비우기로 한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바로 '터빈 홀'이다. 관객은 건물 중앙(터빈 홀)으로 진입한 후 가장자 리에 위치한 전시공간을 훑어나간다. 터빈 홀은 닫힌 실내이기보단 문화적 광장에 가깝다. 주로 대형 설치작업이 전시되며 사람들은 시끌벅 적하다. 예술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테이트 모던의 핵심 공간이다.
터빈 홀의 모습
또 다른 설계의 주요 화두는 '보존'이다. 화력 발전소의 정체성인 조적벽과 트러스 지붕을 최대한 보존했다. 새로이 삽입된 유리박스, 계단, 에스컬레이터, 브릿지는 각자 뚜렷한 물성을 자랑하지만 기존 건물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마치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리한다. 무엇이 낡은 것이고, 무엇이 새것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그것이 테이트 모던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연기를 내뿜던 굴뚝은 이제 도시의 기억을 머금은 기념비이자 등불이 되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용도변경이라니.
전시도 매우 수준높다.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을 전부 만나볼 수 있다. 템즈강과 세인트 폴 대성당이 보이는 특별한 전망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테이트 모던 Bankside, London SE1 9TG 영국
3. 졸버레인 탄광 산업단지
졸버레인 탄광 산업단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은 장소이다. "이 채굴 갱은 그 건물들이 산업 전반 적 맥락에 현대건축운동(Modern Movement in Architecture)의 설계 개념을 적용한 우수 사례라는 점에서 뛰어난 산업 기념물로 간주된다."(유네스코) 졸버레인은 건축적 가치뿐 아니라 라인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중공업 부흥기의 역사적 가치도 담고 있다. 1986년 폐광 이 후 시에서 이곳을 인수해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마스터 플랜에 렘 콜하스가 참여하여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을 강화하였다.
반넬레 팩토리, 네덜란드에 있다.
브릿지(컨베이어 벨트)가 건물 사이로 얼기설기 얽혀있는 모습은 역동적인 광경을 선사한다. 루르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에스컬레이터는 그 러한 '얽힘'의 구조를 반영하여 역동성을 한 층 강화한다. 이곳을 보고 곧바로 '반넬레 팩토리'가 떠올랐다. 반넬레 팩토리는 1930년대 제작 된 기호식품 생산 공장이다. 네모반듯한 건물 사이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브릿지가 압권이다.
시각적 복잡성을 직관적인 사이니지로 상쇄한다. 건축가들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렘 콜하스는 즐겨 사용한다.
렘 콜하스가 리노베이션한 루르 미술관을 다녀왔다. 산업시대의 유적을 거닐며 다양한 시대의 유물과 마주하는 경험은 하나의 모험처럼 느 껴진다. 시각적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동선체계나 사이니지가 직관적이어서 피로감 없이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사용자 경험에 있어 건축가의 역량은 지배적이다. 새삼 다시 느낀다.
'보존'은 더 이상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당면 과제이다. 토건 업자가 건설의 헤게모니를 틀어쥔 이후 한국의 도시는 문화와 역사를 상실했다. 낡은 것을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기보단 새것을 숭상한다. 앞선 테이트 모던의 사례부터 졸버레인의 사례까지, 지역의 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행위가 얼마나 큰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직접 목격하였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졸버레인 예술대학 건물
근처에 졸버레인 예술대학 건물이 있으니 방문을 추천한다. 일본 건축가 SANNA의 대표작이다. 이 건물을 제대로 즐기려면 모든 층을 가보 아야 한다. 층고에 따른 공간감의 변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면을 트레이싱 해가며 공부했던 건물인데 실제로 만나 니 반가웠다. 이곳은 일정에 없던 곳인데 운영진분들께서 배려를 해주신 덕에 다녀올 수 있었다.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2층 전시 공간. 저 커튼 길이를 보라.
졸버레인 탄광 산업단지 Gelsenkirchener Str. 181, 45309 Essen, 독일
2. 쿤스트할, 렘 콜하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기꺼이 자신의 건축에 끌어들인다. 로테르담에 있는 이 작은 미술관을 지으며 렘 콜하스는 무엇을 관찰했을까? 쿤스 트할의 경험은 그의 생각을 따라 건물을 독해하는 과정이었다.
(좌) 단면, (우) 동선체계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건물의 형태는 단순하다. 단일한 박스식 볼륨에 프로그램이 배치되는 식이다. 이 건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사이트의 맥락이다. 건물의 북측에는 도로가, 남측에는 공원이 있다. 공원은 도로보다 낮은 지대에 자리한다. 도로와 공원을 연결하기 위해 건축가는 박스를 관통하는 경사로를 개통한다. 출입구가 건물의 정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사로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도로에서 진입하는 사람은 공원을, 공원에서 진입하는 사람은 도로와 마주치게 된다. 이 경사로는 실내에 이식되어 주요한 동선체계로 작용한다.
건물의 외관
(좌) 도로와 공원을 연결하는 외부 경사로, (우) 실내에 이식되어 동선을 통합하는 내부 경사로, 강당으로도 활용되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경사로를 통해 관객은 다양한 레벨과 방위을 넘나든다. 덕분에 공원, 도로, 상업가로 등 로테르담의 도시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건 물은 파편화된 도시경관을 봉합한다. 복잡한 도시환경을 적으로 규정하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건축가가 있는가 하면, 렘 콜 하스와 같이 도시 환경의 복잡성을 수용하는 건축가가 있다. 그 차이를 염두에 두고 건축물을 비교해 보길 추천한다. 더 풍요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연속된 판(경사로)에 의해 공간은 유동하고,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장소에 도달한다.
Kunsthal Rotterdam Museumpark, Westzeedijk 341, 3015 AA Rotterdam, 네덜란드
1. 빌라 사보아, 르 코르뷔지에
말이 필요한가? 근대 건축 최고의 미학적 성취. 바로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다. 리처드 마이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건물이기도 하고, 사실상 모든 현대 건축가들이 이 건물에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분이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경사로에 의해 펼쳐지는 건축적 산책로
르 코르뷔지에는 '현대건축 5원칙'에 입각해 이 건물을 설계했다. 현대건축 5원칙은 [필로티, 옥상정원, 자유평면, 자유입면, 가로로 긴 창]을 내용으로 삼는데, 모두 위생과 채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곳에 오면 모든 원칙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지 중요한 개념은 '건축적 산책로'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장면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때 경사로는 장 면의 점진적인 변화를 연출하는 데에 적격이었다. 이곳에서도 평면 정중앙에 설치된 경사로가 건물의 전층을 연결한다.
(좌) 풍요로운 채광을 자랑하는 거실, (우) 위생적인 욕실. 지금은 용변을 보거나 샤워를 할 수 없다.
(좌) 아름다운 스파이럴 계단, (우) 옥상정원에서 바라본 경사로
빌라 사보아 82 Rue de Villiers, 78300 Poissy, 프랑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민준이는 이 글을 읽었으면 개추를 꼭 누르거라~
사진 10장 모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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