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3년 07월 | 사람에게 닫힌 마음, 사람으로 다시 열었던 여행

김성민

2026. 9. 29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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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복학을 했지만, 다시 한번 이 길이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자책하며 지내다 결국 자퇴를 결심했다. 그리고 학교를 나오는 길, 우연히 벽에 붙어 있던 글로벌캔버스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가고 싶다.’ 그리고 바로 신청했다. 그렇게 나의 유럽여행이 시작됐다. 몇 년 만에 다시 준비해본 여행 몇 년 만에 여권사진도 찍어보고, 새로운 캐리어도 사고, 직접 환전도 해보고, 함께 여행할 우리 조원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조장까지 맡게 됐다. 낯가림이 심한 내가 처음 보는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이 시작되자 오히려 사람들이 먼저 내게 다가와 주었다. 그리고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사람에게 닫았던 마음을 다시 사람이 열어주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사람에게 상처받아 문을 닫았던 나는 다시 사람에게 치유받으며 그 문을 활짝 열게 되었다. 물론 여행 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생각이 다를 때도 있었고, 감정이 부딪히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거치면서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 여행지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순간들 아침에 일어나 함께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함께 먹으면서 각자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어느새 우리만의 이야기가 쌓여갔다. 돌이켜보면 유럽에서 무엇을 봤는지만큼이나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많이 생각난다. 같이 밥을 먹었던 시간,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던 시간, 별것 아닌 일에도 함께 웃었던 순간들.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이번 여행이 되었다. 보름 남짓한 시간, 가족처럼 가까워진 사람들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 정말 좋아졌다. 보름을 조금 넘게 함께했을 뿐인데 어느새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헤어지는 것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며,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뒤 더 선명해진 기억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잠자리에 누우면 그때의 풍경이 눈앞에 선하다.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내 기억 속에 선명하면서도 아련하게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희미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기억만큼은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도 꼭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행할 수 있기를, 가능하다면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과 다시 한번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가족들에게 그리고 부족한 조장을 끝까지 믿고 따라와 준 우리 가족들. 김가진, 김지원, 김보준, 라하늘, 서정아, 이예원, 이유찬, 이채연, 황혜빈. 우리 조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함께 잘 따라와 주었던 소민경까지. 정말 고마웠고 감사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내가 늘 듣던 노래 〈바람이 분다〉처럼, 우리의 여행도 바람처럼 찾아왔다가 어느새 지나가 버린 것 같다. 그래서 더 그립고, 그래서 더 자주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힘들었던 시기에 우연히 마주친 포스터 한 장으로 시작된 여행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유럽을 다녀왔다는 사실보다도, 그곳에서 여러분을 만났다는 것이 내게는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한번, 우리 모두 함께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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