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22년 8월 I 책 속 건축이 눈앞의 세상이 된 첫 유럽

류룽루

2026. 9. 29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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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학년 때 2018년도 입학 당시. 대학 수업 가는 곳 어디든 계단에 '대학생 인문학 기행 0기 모집'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유명한 여행사가 아닌 곳에서 대학생끼리 단체로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 알아본 적도 있었는데, 그때부터 글로벌캔버스의 인문학 여행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매번 유럽정도는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 신년 계획에 적어놨긴 하지만 학교생활에, 대외활동에 치여서 못 가봤던 것 같다. 그렇게 미루다 보니 코로나가 터졌고,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 왔다. 학교생활을 하다가 생각해보니 어느새 4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었고, 갑자기 이렇게 학교를 졸업할 수 없단 생각이 바짝 들었다. 그래서 전부터 알고 있던 글로벌캔버스 여행을 택했다. 4년 내내 학교에 포스터가 붙어있을 수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여행들이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도시공학 쪽으로 진로의 방향을 잡던 나에게는 사실 건축을 잘 알지 못했다. 복수전공으로 도시공학을 배웠던 것이었고, 내가 열광하는 건축가도 없었다. 뭐.. 셜록현준 정도 구독한 수준이랄까? 😃 나는 극 J 이다. 매번 그랬다. 근데 이번 여행만큼은 흘러가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어쩌면 잘 알지도 못하는 건축물을 계속 봐야 해서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최종적인 이번 건축 기행 후기는 건축물에 아주 작은 관심만 있어도 충분히 즐기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되려 배워왔다.   카톡방이 열리고 그때서야 출국이 실감이 나 출국 준비를 부랴부랴 하기 시작했다. 가방은 1주일 내내 챙겼고 결국 가방의 문은 닫히지 않을 정도로 챙기다 바로 전날 캐리어도 구매하는 등 어찌저찌 하다 보니 파리에 왔다.   유럽 건축 기행은 이런 장점이 있다고 나와 있었다. 전부 맞다. 그리고 장점인 점들이다. 난 약간 컨셉이 잡힌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건축 기행에 더 끌렸던 것일지도! 그래서 내 여행이 어땠는지 봐보장   1️⃣ 실제 건축가와 만나보다 나의 최고 만족도 건축가와의 만남 시간이다. 공식 첫 일정으로 생드니 시의 사회적 주택을 알아보고, 실제 건축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파리의 중심부는 타원형 형태로 생겼으며 생드니 시는 중심부를 살짝 벗어난 북부에 위치해 있다. 예전에 노동자들의 거주 비율이 높았던 지역인데 도시 개발하면서 65%의 주택을 사회적 주택으로 건설했던 내용을 들려주셨다. 주택을 복합적으로 이용하고자 하고, 단지 내의 사람과 단지 밖 시민들의 소통을 철문으로 굳게 잠그는 것이 아닌, 소통하는 공간이 될 수 있게 설계한 목적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제 주택들을 둘러볼 수 있었다. 파리는 사회적 주택 비율을 20% 이상으로 설정했지만 생드니는 무려 65%가 사회적 주택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3-4가지의 사회적 주택 단지들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한 바퀴 삥 돌며 그 안에 거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직접 보고 들었던 첫 일정이 내게 가장 좋았던 시간이었다. 이 경험은 한국의 사회적 주택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볼 계기가 될 것이다.   2️⃣ 건물만 보이고 건물을 만끽할 수 있다 나는 도시공학과 복수전공, 건축학과 부전공을 했다. 건물을 알긴 하지만 건물을 본다고 해야 하나? 건축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정도는 아닌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건물 처음 보면 하나 같이 "와 메스 올린 것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신기했다. 이걸 어떻게 메스란 표현을 저절로 쓰고, 하나의 감동 요소로 보는지. 그래서 더 같은 조원 친구들을 따라다니면서 어깨 너머로 건축물을 보는 방식을 알아 갔다.   일단 전공 책에서만 보던 5원칙의 르 꼬르뷔지에. 실제로 그의 건축물이 앞에 보이는 것이 가장 신기했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아 진짜로 유럽은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잘 보인다는 것을. 어설프더라도 건물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건축학 친구들이 보물찾기하듯 찾아내던 소방 도면이다. 건물의 소방 도면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도면이 맞는지 확인하고 내가 가보지 못했던 방의 공간을 보기 위해 다시 찾아가는 모습을 여럿 봤다. 길 가면서, 운하에서 배를 타면서.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건축물을 실제로 보면서 사진 찍는 여행도 재밌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수업에서 적용했던 방식들과 그의 피드백은 어땠는지 토론? 하는 모습이 은근히 멋졌다.   잠시 주어진 자유시간에는 더 많은 건축물을 찾아가 보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많은 이가 퐁피두 센터를 미술을 보러, 도서관을 이용하러 가겠지만 우린 건물 그 자체를 보러 갔고 한참을 건물 구석구석 탐방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이거 다음에 적용해봐야지~~ 하면서 레퍼런스를 정리하고, 진짜 건축 기행을 다녀온 나는 이제 건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이제는 유튜브 속, 책 속의 2D 형태가 아닌. 3D 혹은 4D 형태로 직접 느끼고 만지고 경험하면서 유럽을 배웠다.   유럽 건축 기행을 가야하는 점을 뽑으라면. 혼자 가긴 어려운 건축물을 쉽게 가볼 수 있다는 것이다. 라 뚜레트 수도원이나 롱샹성당 등 일부러 그 쪽을 마음먹고 가야하는 건축물을 차를 타고 바로 앞까지 데려다 주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건축기행이 아니었다면 바이센호프 주거 단지, 슈투트가르트의 공립 도서관, 비트라 하우스 등을 방문했을 때 정말 잘 즐길 수 있었을까? 란 물음이 있다면 난 결코 아니다 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비트라 하우스는 이케아에 방문하듯 가구만 실컷 보다가 지나갔을 것이고, 슈투트가르트의 공립 도서관은 왜 이런 디자인을 했을까? 라는 의문만 품고 지나갔을 것이다. 바이센 호프 주거 단지는 르 꼬르뷔지에가 숨겨놓은 사소한 디테일은 어디에 있는지, 스위스 기숙사와 브라질 하우스 건축 시기가 서로 다르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르 꼬르뷔지에의 변화는 무엇일지 고민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내가 알고 있던 것도 그냥 지나갔을 수 있었을 텐데. 서로 토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주어진 시간은 건물을 보는 눈을 깨워줬고, 같이 이야기 한 시간들은 내 귀를 열리게 해줬다.   3️⃣ 생존력 +100 깜픽스💫 이름마저 귀엽다.ㅋㅋ(파리에서 이용한 캠핑장 이름이다.) 글램핑 가서 고기 구워 먹고 마시멜로 불에 지져서 먹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캠핑 정도는 거뜬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언제 텐트를 들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겠냐 생각을 했다. 그것도 해외여행을 캠핑으로?!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좀 두근거렸다. ㅋㅋ 기대되었거든 2주 살아본 후기는 '아주 좋았다' 이다! 물론 다 좋지는 않았다. 벌레도 있고, 텐트를 접었다 폈다 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뭔가 청춘 같다고 해야 하나..ㅎㅎ (다들 동의하지?)   이젠 6인용 텐트정도는 가볍게 만들 수 있고, 한국의 고추장찌개는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깨달았다. 처음에 텐트에서 지내야 하는 것도 잊고 파리에 도착했을 때 조금 어처구니없긴 했었다. 근데 금방 그거도 재미지더라. 하나둘셋 하면 텐트를 들어올리고, 서로 토목부 기획부 인테리어부 등 텐트 치는 것을 건설 회사처럼 부르고 있는게 하나의 추억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노을은 너무 예쁘다. 매일 봐도 새롭고 감동적이다. 건물하나 없는 캠핑장에서 텐트 너머 들로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돗자리에 누워있으면 정말 완벽했다. 우리의 여행은 계속 맑음이었다. 완벽 그 자체.   4️⃣ 유럽 향유하기 중간중간 단장님과 인문학 여행도 하고, 리옹에서 벽화들을 따라 야경 투어하고,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서 모네의 작품도 보고. 비트라 하우스에서는 플라스틱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관람했다. 독일 수투트가르트에서는 빈티지 장터?에서 머리 핀도 사고, 2시간 정도 잔디에 누워 잠도 자봤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빙하가 녹아 생겨간 강에서 노를 젓는 레프팅과 멋진 스위스의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패러 글라이딩도 했다. 슈바이 학센과 달팽이 요리도 먹어보고, 이틀에 한 번씩은 조원들과 현지 마트에서 장을 봐 식사도 준비했었다. 2주에 3개국. 우리의 발이 닿는 곳마다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했다. 자유여행도 적절하게 배치되었고, 오전은 건축여행에 사용하고 오후는 자유롭게 더 둘러볼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도 역시나 여행은 늘 시간이 부족하고 아쉽다. 뭔가 이 여행은 다음에 뭘 더 보려고 여기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모든 나라가 너무 아름다웠고 여행할 맛이 났다.   5️⃣ 여행은 사람이 남는다 여행 갔다 오면 사람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번 여행도 그렇다. 나의 기억 속의 여행한 장면들에는 나의 친구들이 남았다. 혼자 여행했으면 하나의 풍경처럼 남았을 장소들이 나의 사람들과 함께해서 의미가 생긴다. '이 광장은 외국인들과 이야기하다 같이 사진 찍은 곳' '이 캠핑장은 지원이 생일 파티 했던 곳' '이 선물은 마니또들과 함께 주고 받은 편지' '파리의 개선문은 모두 함께 사진 찍고 마니또 벌칙 영상 박제된 곳' 이렇게 말이다.   우리 귀여운 조원들도 보고 싶다. 잃어버린 쓰레기봉투를 찾다가 쓰봉이란 팀 이름을 짓고, 프랑스어로 그거 좋다 란 Ce’ bon 팀이 될 때까지. 누구 하나 모난 사람 없이 재밌게 여행했고 안전히 귀국했다.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 아쉬운 우리 단장님 부단장님♡ 그 많은 인원 인솔하기 어려웠을텐데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대들 너무 멋진 사람!~ 같이 인생 이야기 하던 깊은 밤도 기억에 남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나의 마니또이기도 했었죠. 가면 연락하께요!   모두 고생 많았다. 나는 이번 여행을 계기로 유럽 자유여행을 더 하고 있다. 나의 첫 유럽이 이 건축 기행이라, 이들과 함께해서 다행이다. 유럽으로 또 가고 싶은 추억이 되었다.   *유럽 건축 기행 8기 2조 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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