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2016년 1월 | 한계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 유럽 대장정

박재현

2026. 9. 12 · 조회 오늘 0 · 전체 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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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입학 후에 최대한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여러 행사나 모임의 장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 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았다. 학교에서 국제정치를 배우면서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속 다른 나라와의 맥락 속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중에서 특히 유럽은 내가 아는 바가 가장 적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예상치못한 연수 일정에도 불구하고 단장님의 도움으로 일주일 뒤에나 늦게 합류할 수 있었다. 프랑스를 느낀 첫 장소가 우리 다른 사람들에겐 파리였겠지만 나에게는 '리모주'였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작이었다. 첫날, 오하두르 마을과 리지스탕스 박물관을 둘러보고 생존자 할머니로부터 생생한 회상을 들으면서 역사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져온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후 다녀온 다하우수용소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쾰른의 큐비즘 미술관 등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에 대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미래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환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여행 하면서 비트겐슈타인이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던 것이 계속 떠올랐다. 책이 가득한 서점이나 박물관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음을 확인할 때면 어쩔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젠가 느꼈던 기분좋은 긴장감도 느낄 수 있었다. 내 한계를 다듬는 것은 결국 내가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여행의 이름인 '고려대장정' 덕분에 김준엽 전 총장의 '장정'을 읽었던 것이 계속 떠올랐다. 여러 장면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광복군훈련반 내에서 저자를 비롯한 학생들끼리 서로 교수안을 만들어 강의를 진행하는데, 이를 성심성의껏 해내는 장면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더 성숙한 지도자로 성장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대장정이 끝나고도 조별로 나누어 발제를 하고 간단한 세미나가 이루어진다면 비슷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저자는 지극한 추위에 얼어죽지 않기 위해 동료와 서로 껴안아주면서 "우리는 또다시 못난 조상이 되지 말아야 하겠어..."라는 말을 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이제껏 이전 세대들의 후손으로만 스스로를 여겨왔음을, 후대의 조상으로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이를 떠나 한 사람의 한국인으로서 후손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사고는 누구나 가져야 할 것이었다. 비록 다른 나라의 역사를 접했지만, 각자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우리 대학생들은 어떠한 자세를 갖춰야 할 지를 생각해보았다. 레지스탕스 활동 중에서는 예술가들의 예술적 저항 활동, 여성들의 저항 활동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 이처럼 처한 상황에서 능력껏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치있는 일이라고 보았다. 옳은 일을 보고 그것을 외면한다면 대학생, 지식인으로서 무언가를 배우는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비판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글도 써보았고, 미화노동자분들과 같이 일하고 얘기를 들어보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아보는 등의 실천을 해보았다. 현실의 보존에만 적응할 것이 아니라 늘 스스로가 사회에서 어떤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을 이어나가면서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해나가는 방법으로 '일기쓰는 것'을 새삼 떠올렸다. 대장정 동안에 일기를 쓰는 친구들, 매일 일기를 쓰고 자신의 수필 등을 모아 잡지 '등불'을 직접 제작한 김준엽 전 총장에게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하루를 반성하는 짧은 일기 하나 잘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신 없이는 평천하도 없다. 스트라스부르크/룩셈부르크/하이델베르크 등 곳곳의 여러 명소들도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지만, 차량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이나 길거리에서 만난 풍경 하나하나도 소소한 감동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은 숨쉬며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각 도시의 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일상 속 모습들을 비교하는 것은 작은 감흥이었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과 이런 여행을 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한명 한명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내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 앞서 나는 틀을 깨고 바깥 세상으로 나오겠다고 다짐했었던 것이 떠오른다. 2주 넘게 나의 평소 생활에서 벗어나 그것을 강조했던 시간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비록 당장 생활에 큰 변화는 없고 여전히 내 앞길은 분명치 않지만 그것이 곧 매력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또다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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